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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매 출품 ‘김복규정려비송’…추사의 세글자 ‘짜깁기’했나
미술사가 황정수씨 의혹제기

최근 국내 유력 경매회사의 고미술품 경매에 출품된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글씨 ‘김복규정려비송’이 진위논란에 휩싸였다.

시작가가 5억원인 이 작품은 전북유형문화재 제 144호로 지정된 ‘김복규ㆍ김기종 효자 정려비’중 ‘김복규정려비’의 원본이다.

해당 비석은 1885년(철종6년) 김복규ㆍ김기종 부자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으며 추사 김정희가 두 비석의 글씨를 썼다. 

이 ‘김복규정려비송’의 글씨가 ‘짜깁기’라는 주장이 제기돼, 향후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미술사가 황정수씨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작품이 원본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비석 전면 글씨 14자 중 세 글자가 원본과 비문의 것이 완전히 다르다”며 “‘아들 자(子)’ 자, ‘드릴 증(贈)’ 자, ‘성 김(金)’ 자 등 세 글자는 각수의 잘못으로 인하여 생긴 조금의 차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글자”라고 주장했다.

황 씨에 따르면, 김복규정려비송의 ‘자(子)’, ‘증(贈)’, ‘김(金)’ 세 글자는 짜깁기 됐다. 바로 옆에 세워진 김복규의 아들 비문인 ‘김기종정려비’에서 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김복규정려비송’이 출품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004년 과천에서 열렸던 ‘추사글씨탁본전’에 소개된 김복규ㆍ김기종정려비 탁본과 비교한 결과, 이같은 차이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황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후대 사람들이 추사의 글씨가 좋으니 이를 소장하고 싶어 이 비문 2개를 탁본하고 글씨 윤곽선을 떠내(구륵ㆍ鉤勒), 자신의 취미에 맞게 옆으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글자 세 개가 섞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매회사측은 “‘김복규정려비송’은 추사의 원본 글씨”라는 입장이다. 경매회사 관계자는 “김복규ㆍ김기종 부자의 정려비는 동시에 제작됐고, 추사가 비송을 각각 써주었다. 그러나 비문을 새길 때는 중복되는 글자가 있는 경우, 그 중 더 좋은 글자를 쓰는 것이 상식”이라며 “비석의 글자는 김복규ㆍ김기종 부자의 비송에서 골라서 각인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글자가 섞인 건 맞지만) 그게 각인하는 과정에서 섞인 것인지 혹은 당시 문중에서 일부러 선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전시장을 찾아 직접 글씨를 보았다는 한 고미술업계 전문가는 “추사의 글씨는 맞지만, ‘김기종정려비’의 글자 석 자가 섞인 것도 맞다”며 “원본을 후대에 편집하는 과정에서 섞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에 나온 ‘김복규정려비송’의 ‘자(子)’, ‘증(贈)’, ‘김(金)’의 종이도 미묘하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한 서예전문가는 “직접 글씨를 보지 않아 단언할 순 없지만, 추사의 원본으로 보긴 어렵다”며 “김기종정려비 석 자가 들어가는 등 구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의 진위 여부를 놓고 경매를 앞두고 더욱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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