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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사다리 100만호 공급…‘흙수저의 꿈’되찾아 줄까
고시원·반지하·옥탑방 전전하는 청춘
자산가 중심 ‘주택독과점‘ 현상 점차 심화
OECD 국가 중 최악의 주거양극화國 오명

역대 정부 서민주택 공급정책 ‘용두사미’
재원·입지난·민간참여 유도가 숙제
현정부 주거복지로드맵 ‘재탕삼탕’ 우려


정부가 생애단계별 ‘주거 사다리’를 놓기 위해 무주택 서민을 위한 10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청년ㆍ신혼부부ㆍ고령자와 저소득 취약계층의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주택과 금융서비스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100만 가구 공급은 공공임대 65만 가구, 공공지원 20만 가구, 공공분양 15만 가구 등이다. 저렴한 민영주택 공급을 위한 계획된 민간분양용 공공택지는 연간 8만5만 가구로, 5년간 총 43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총 140만 가구의 주택공급이 40개의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이뤄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9일 브리핑을 통해 “향후 5년간 주거정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이며 약속”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사다리가 되겠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현실화 앞에 선 ‘기대와 우려’=정부의 장밋빛 계획에 무주택 서민이 가질 수 있는 꿈의 크기는 커졌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재원 마련의 한계와 40곳이나 되는 쓸만한 땅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토지 효율성이 낮은 수도권의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데다, 기금의 재원 조달만으로는 공급 목표를 채우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정부가 추진한 신도시 조성 과정의 한계점이 재연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재탕식 공급 확대안으로는 주거안정이 어렵다는 논리다. 공공택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기업의 땅장사와 건설사의 집 장사 등 업계의 고질적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역대 정부 ‘단골과제’였지만…=역대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실적은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밝힌 100만 가구 공급 계획도 처음이 아니다.

경실련이 국토부 임대주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년간 50만 가구를 짓겠다는 선거공약을 토대로 영구임대 25만 가구, 장기임대 35만 가구 등 총 60만 가구의 공급을 약속한 노태우 정부의 공공주택 재고는 18만9500가구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에 포함된 30만 가구 공급 계획은 50년 영구임대 507가구, 50년 공공임대 6만4814가구 등 총 6만3231가구로 21.1%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국민임대 50만 가구를 포함한 장기임대주택 100만 가구를 내세운 김대중 정부는 3만3842가구, 10년간 공공임대주택 260호 청사진을 내놓은 노무현 정부는 15만6988가구의 재고 증가에 머물렀다. 경실련은 “역대 모든 정부도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고 주거안정을 달성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면서 “장밋빛 공급 확대안보다 공급자 중심의 부동산 특혜를 청산하고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각해지는 주거빈곤...고시원ㆍ지하 전전=다주택자들이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정책 완화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사이 주거비 부담에 짓눌린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은 옅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등으로 자가 점유율은 50~60% 수준에 정체돼 있으나 저소득층(1~4분위)의 자가점유율은 2006년 49.7%에서 지난해 46.2%로 하락했다. 자가점유율이 상승한 중소득(55.3%->59.4%)과 고소득(67.0%->73.6%)과 대비된다.

저소득층의 PIR(Price Income Ratioㆍ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도 두드러졌다. 국토부가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전국의 PIR는 5.6배 수준이었지만, 저소득층은 9.8배에 달했다. 저소득층이 지출하지 않고 소득을 꼬박 모아 집을 산다 해도 9.8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의미다.

임차가구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전국의 임차가구는 2006년 715만 가구에서 작년 826만 가구로 15.5% 증가했다.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은 현재 126만 가구로, OECD 평균 8%에 비해 재고율이 낮은 실정이다.

주거취약계층의 규모는 감소세지만, 지하ㆍ옥탑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가구는 수도권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통계청과 국토부가 집계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수의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주택 이외의 거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유로는 고시원ㆍ고시텔이 원인으로 꼽힌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주택 이외의 거처 가구 수는 서울이 2010년 4만5147가구에서 2015년 7만8654가구, 경기도가 같은 기간 2만9684가구에서 9만4429가구로 크게 늘었다. 2015년 기준 주거빈곤 가구는 227만6562가구에 달한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상임대표는 “졸업과 취업, 결혼으로 이어지는 생애단계별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사회로 성장해야 정부의 주거안정망에도 힘이 실린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다양한 임대주택 정책이 승인에서 머무르지 않도록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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