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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박범신 지음,은행나무)=올해로 데뷔 44년을 맞은 원로작가 박범신의 43번째 소설. 20세기 초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으로 상정되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유리라는 떠돌이 아나키스트를 통해 인류의 역사 속 난민의 삶을 그려냈다. 죽음을 앞둔 노인 유리가 지난한 세월을 손녀에게 들려주는 액자형식의 소설은 유리의 여정을 따라 동북아의 공간과 시간, 그 위에 놓인 사건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1915년, 화인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수로국에서 태어난 유리는 일곱 살에 천자문을 떼고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화인국의 글자를 읽고 쓸 정도로 영특함을 보인다. 특히 나팔꽃의 이슬을 핥아먹는 구렁이를 따라하다 긴 혀를 갖게 된 신비한 아이다. 혀가 기니 말 재간이 뛰어날 거라는 어머니의 말처럼 그는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한다. 유리의 유랑은 화인국에 수로국 사람을 팔아넘기는 큰아버지이자 아버지를 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살부(殺父)’는 이야기의 오랜 모티브이다. 유랑의 여정에 삶의 터전에서 쫒겨난 이들이 함께 하면서 유리 걸식단이란 집단을 이루게 된다. 역경과 우여곡절 끝에 용정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데 이들에게 이데올로기는 없다. 근현대 역사의 부침속에서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었던 아나키스트를 통해 작가는 소설가로서의 정체성, 이야기의 힘도 얼핏 내치진다. 은유와 문학적 상상력, 판타지 기법으로 근현대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직조해낸 작품이다.

원당, 조선 왕실의 간절한 기도처(탁효정 지금, 은행나무)=조선은 유교중심 국가로 불교를 억압한 국가로 알고 있지만 이는 “모르는 소리”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인 저자는 이런 통념은 왕 중심의 조선왕조실록만 살핀 결과라며, 다양한 사료를 들여다보면 조선의 아버지 태조는 물론 세종, 조선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까지 조선왕실 사람들은 모두 신실한 불교도로, 조선은 불교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 중심에 왕실 불교 사찰, 원당(願堂)이 있다. 원당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간절히 비는 집’이다. 왕실 사람들은 절을 짓고 그 안에 위패나 초상화를 모셔 자신만의 소원을 담은 공간을 만들었다, 애초 가족의 극락왕생을 빌기위해 지어졌지만 회임을 발원하는 왕실 여인들의 기도처의 성격을 띠게 된다. 여기에 기복신앙과 세종의 한글창제로 불경이 대중화되면서 불교는 민중 종교가 된다. 현재까지 온전하게 남아있는 원당은 많지 않다. 유학자들의 방화, 일제강점기 문화정책, 한국전쟁 등으로 사라졌다. 그 중 온전히 남아있는 게 의성 고운사의 연수전으로 사찰 전각이 아닌 유교식 사당 형태다. 불교와 유교가 조선후기에 오면 공존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원당이란 창을 통해 역사를 새롭게 읽을 수 있다.

대한민국 환율의 비밀(최기억 지음, 이레미디어)=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올리면서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솔리고 있다. 원·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매일 환율 얘기가 뉴스를 장식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닥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브렉시트로 일본 엔화가 급등해도 당장 일본 여행을 갈 게 아니라면 실감이 다가오지 않는다.  외환금융전문 기자인 저자는 우리 생활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며,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경제변수인 환율에 대해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짚어준다. 현장을 뛰는 기자의 시각에서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쪽집게처럼 집어 들려주는게 이 책의 특징. ‘대한민국 환율 사이클롸 미국의 환율 사이클은 어떤 관계인가’부터 남북한 통일이 환율에 미칠 영향,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등장이 환율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일본의 양적완화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위안화와 원화는 어떻게 얽혀 있는지 등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원화를 움직이는 다양한 변수, 서울 외환시장을 움직이는 실세들, 환테크, 환율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 등 생생한 얘기들도 귀기울일 만하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국제정세를 환율을 통해 좀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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