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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9호선 파업…출근길 직장인 “지각”발동동
개화역~신논현 엿새간 파업
노조, 차량증편·충원 요구

#. 오전 7시 30분 출근길.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행 급행열차가 노량진역에 도착했다. 승강장이 좁다. 급행과 일반열차 타는 곳이 따로있는 다른 역보다 혼잡했다.

줄지어 기다리던 승객들이 열차에 올랐다. 차량은 이미 꽉 찼지만 우격다짐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형광 조끼를 입은 안전 요원이 승객의 비져나온 팔꿈치를 밀었다. 승무원이 “출입문 닫습니다. 출입문 닫습니다”는 방송을 서너차례 이어갔다. 출입문은 열고 닫기를 반복한 끝에 간신히 닫혔다.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역~신논현역)을 운영하는 서울9호선운영(주)의 노동조합이 30일부터 엿새간 파업에 돌입했다. 개통 8년만에 처음이다. 서울시는 비상 수송대책을 마련하고 회사인 서울9호선운영(주) 측은 필수유지인력을 투입했지만 열차 고장 등이 겹치며 운행이 지연됐다. 지하철 9호선은 현재도 너무 혼잡해 시민들의 불만이 많은 곳으로 악명이 높다.

여의도에 직장을 다니는 정모(28) 씨는 “안 그래도 9호선이 지하철 칸 수가 적은 것 같은데 사람 몰리는데다 여긴 급행이 진짜 지옥철이다”며 “벌써 겁이 난다. 버스타고 집에 가야하는데 버스라고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급행열차를 기다렸지만 너무 많은 사람에 치여 타지 못한 시민들은 한숨을 쉬며 종종걸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늦을 것 같다며 회사에 전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파업은 회사와 노조의 16차례에 걸친 교섭이 결렬되면서 시작했다. 노조 측은 “지하철 사고시 대처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장인원 증원 ▷1인 역사 근무인원 증원 ▷야근 지원근무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인력 충원과 차량 증편이 없으면 다른 지하철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인원으로 운영돼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하철 1~8호선 지하철이 직원 1명당 승객 16만명을 수송하는데 비해 9호선은 직원 1명당 26만명을 수송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회사 측은 노조 측의 성과급을 줄여 인력충원을 하는 것 외에 비용 추가는 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을 거쳤으나 회사가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조정 중지 결정됐다.

9호선이 파업에 돌입한 첫 날 급행열차 출입문 고장으로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 37분 김포공항역에서 출발해 여의도역에 57분에 와야했던 급행이 16분 늦었다. 서울9호선운영(주) 측은 파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대기 차량을 즉각 투입한 만큼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열차가 왜 고장났는지 영문도 모른 채 발이 묶인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여의도역에서 만난 조현섭(61) 씨는 “열차가 고장난다고 하니까 좀 불안하기도 하다”고 했다. 이정연(27ㆍ여) 씨는 “지하철을 매일 타야 하는만큼 안전한 지하철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파업하면 제 일상에 불편함은 있지만 나도 직장에서 불합리는 못 참는다. 오히려 책임은 파업하는 사람들에 있는 게 아니라 사측에서 져야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진원·김유진 기자/ji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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