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중 욕설·패드립 난무
일베 ‘종북좌파’등 확대 재생산
농담·웃음형식으로 폭력성 희석
모욕죄 형사처벌 대상 인식시켜야

#. “아놔 저 XX. 너희 어머니 XXXX. 전라도 홍어XX들은 그냥 게임 끄고 한강에 XXXX. 손이 장애인인듯. 인정?”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직장인 이모(31) 씨는 “게임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실력보다는 정신력(멘탈)이다”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력은 게임을 이기기 위한 집중력이나 끈기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편이 하는 각종 욕설과 패드립(부모 모욕), 혐오성 채팅을 견뎌내는 정신력이다.

이 씨는 “상대방이 욕설을 이어나가며 멘탈을 흔들려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휘말려 같이 욕설로 대응하거나 욱하는 순간 진다”고 말했다. 이 씨가 게임상에서 보던 각종 혐오성 욕설과 패드립은 이제 점차 대형 포털의 뉴스 댓글이나 SNS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온라인 모욕과 혐오발언의 근원으로는 일간베스트가 첫 손에 꼽힌다. 빅데이터 전문분석업체 아르스 프락시아가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혐오표현의 실태와 대응방안’ 토론회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베는 ‘여성’, ‘전라도’, ‘종북좌파’를 적으로 규정하고 모욕성 혐오발언을 만들어 확대 재생산한다.

일베 사용자는 이젠 일상적인 ‘모욕’이 된 ‘된장녀’, ‘김치녀’라는 여성혐오에 기반을 둔 용어를 남용한다. 이에 파생된 ‘맘충’, ‘메갈년’, ‘꽃뱀’ 역시 여성 혐오에 기반한 모욕성 발언들이다.

또 ‘홍어’, ‘7시’, ‘외국’ 등 호남지역을 비하하는 단어들이 ‘드립’ 이라는 놀이문화의 일종으로 사용된다. 노인은 ‘틀딱충’으로, 동성애자는 ‘똥꼬충’으로, 외국인은 ‘다문화충’으로 불린다.

아르스프락시아 측은 이러한 혐오표현들에 대해 “일베, 나아가 최근 사이버 폭력은 욕설 등 직접적인 공격이 아니라 ‘웃음’의 형식을 띠고 있으며 ‘농담’의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폭력의 중대성을 희석시키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드립’ 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혐오성 모욕 발언들이 형사처벌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형법 311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불특정 다수가 인지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제3자가 보는 공개된 장소에서(공연성) 모욕 대상을 꼬집어 지칭하며(특정성) 사회적 평가를 저하실 수 있는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비방 목적 유무)하는 경우 성립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온라인상 모욕 혐의와 관련한 1심 판결문 373건을 분석한 결과 젠더, 장애, 인종, 성적 지향을 이유로 발언한 ‘혐오표현’ 관련 사건은 128건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여성혐오 문제가 불거졌을 시점 “메갈 강사 고발장 완성”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윤모(27) 씨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온라인상 혐오성 모욕의 더욱 큰 문제는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남성 게임 유저들을 자극적으로 모방한 여성 유튜버에 대해 남성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가 살인을 예고하며 온라인 생중계한 바 있다.

온라인 모욕 사건 중 10건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복, 협박 혐의를 받고 있다. 공포나 불안감 조성으로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경우도 5건, 보복성 불법 촬영물 등을 포함한 음란물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도 4건 있었다.

추지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형사적 제재보다 민사, 행정적 제재를 통한 개입을 확대해 나간다 하더라도 이를 통한 권리구제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편의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이에 앞서 온라인상의 혐오표현물에 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제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진원·김유진 기자/jin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