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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에 묶여…기업, 순수문화예술 지원 ‘확’ 줄었다
메세나協 ‘2017 기업과 예술의 만남사업’
대기업 지원 10억여원 줄고 中企 소폭 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후원자적 방식서 탈피
문화예술이 기업경쟁력 돕는 ‘윈윈모델’ 필요

일명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면서 2017년 올 한해 기업들의 문화예술계 지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굵직한 공연을 후원하면서 티켓을 받는 식의 기업후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올해 문화예술계는 대기업의 지원 규모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메세나협회가 29일 발표한 ‘2017년 기업과 예술의 만남사업’을 보면, 대기업의 문화예술계 결연 금액은 지난해 41억7000만에서 올해 31억450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의 예술지원은 지난해 45억7000만원에서 47억8200만원으로 소폭 늘었다.

이는 청탁금지법과 최순실 사태 등에 따른 대기업의 심리위축의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메세나협회와 LG연암문화재단, LG아트센터가 함께 진행한 청소년 진로교육 프로그램 ‘LG 꿈꾼는 프로듀서’. 기업과 문화예술단체의 지원교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 파트너십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흐름은 이미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으로도 확인된다. 특히 클래식 분야는 전년 대비35억원(17.8%포인트 감소)이 줄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연극도 2015년 대비 7억5000여만원, 문학 6억9000만원, 무용 11억5000만원이 줄어 순수문화예술은 크게 위축됐다.

문제는 정부의 복지예산 증대로 갈수록 문화예술 쪽에 쓸 수 있는 돈이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문화예술계 발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 집단인 정부와 기업,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교수는 최근 ‘문화예술과 기업경쟁력’이란 연구보고서에서, 기업과 정부, 문화예술계의 3각 파트너십 모델을 제시했다. 그 중심은 기업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신 교수는 순수문화예술의 발전이 부진한 원인을 특히 선진국에 견줘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한데서 찾는다. 이는 기업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정부와 문화예술계가 유인력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순수문화예술 발전에서의 기업들의 역할을 경시하거나 간헐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정도로 접근”해온 게 사실이다. 문화예술계 역시 기업인과의 개별적 관계 네트워크를 통해 청탁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런 후원자적 접근방식은 지속성과 안정성을 가질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기업의 순수문화예술 지원과 소비 인식도 ‘자선적 후원’혹은 ‘사회적 책임’의 일부라는 소극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이런 경우 기업들의 만족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신 교수가 메세나협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문화예술지원활동에 따른 기대에 대해, ‘기대가 없다’는 응답이 30%에 달했다. 또 문화예술 지원활동 효과 만족도도 ‘보통’이 42.9%로 가장 높았다.

신 교수는 기업 및 국가의 경쟁력과 문화예술의 발전은 서로에게 필요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호혜적 윈윈구조를 통한 동반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20세기 산업사회형 후원 모형에서 21세기 지식기반 사회형 파트너십 모형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정부가 문화정책을 설계하고 밀어붙이는 건축가모델과 후원자모델에서 벗어나 메세나활동을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촉진자모델을 강화하는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국과 미국의 메세나활동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연방세법 501조에 의거해 순수 문화예술 지원이 대규모 세제지원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영국 역시 메세나협회를 통해 기업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문화예술기관이 서로 이익을 주고 받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과 예술에 대한 교육과정, 출판, 경영개발, 문화예술분야 자선활동가를 위한 상담과 네트워크, 예술단체들을 위해 민간 부문에서의 투자자를 찾고 재원 마련을 하는데 필요한 전문적 교육 프로그램, 예술 단체 실정에 맞는 ‘맞춤 식 기금마련’을 위한 상담 등이 좋은 예다.

신 교수는 기업과 문화예술단체는 결연을 통해 파트너십을 구축,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형태로 윈윈이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메세나협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지난 3년간 한 번도 문화예술지원에 나선 적이 없는 관망자세를 보이는 다수의 기업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도록 하는게 필요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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