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 겨울, 혈관이 위험해]분·초가 급한데…뇌졸중 ‘손 딸 시간’이라뇨
청심환·손따기 등 민간요법 되레 상황 악화
뇌경색·뇌출혈 어느날 갑자기 발병 즉시 병원으로 옮기는 게 상책

정모(62) 씨는 지난해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이 아찔하다. 정 씨는 2년 전 정년퇴직하고 매일 아침 공원에서 운동했다. 그러다 지난해 이맘때 어느 날 새벽, 추운 날씨에도 운동하러 나갔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병원에 옮겨져 바로 수술을 받은 그는 약 한 달 만에 깨어났다. 그러나 아직 한쪽 팔다리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당시 병원에서는 “추워진 날씨로 혈압이 상승, 뇌혈관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심근경색증,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졌다. 특히 정 씨가 겪은 뇌졸중은 국내 단일 질환으로는 사망 원인 1위다. 낫더라도 뇌 기능에 치명적인 손상과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또 거동에 불편함까지 따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면서 뇌졸중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 통계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는 최근 4년 만에 약 8.4%(2012년 52만9186명→2016년 57만3380명) 늘었다.

뇌졸중은 얼마나 빨리 치료를 받았는지에 따라 향후 환자의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손 따기’ 같은 민간요법에 의존하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뇌졸중, 겨울에 많이 발생…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질환”=뇌졸중은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추운 겨울에는 집 안팎의 온도 차가 커, 몸은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게 된다. 이로 인해 혈관이 갑자기 수축돼 뇌혈관 수축, 뇌경색, 뇌졸중 등이 발생하게 된다.

남효석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은 계절과 발생 건수에 특별한 관계가 없지만, 뇌출혈은 기온이 낮아지며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겨울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뇌졸중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에는 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경색,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이 있다. 뇌혈관이 막혀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 뇌경색, 뇌혈관이 터서 출혈로 나타나는 것이 뇌출혈이다.

남 교수는 “동맥경화증, 심장 혈전, 작은 동맥 막힘, 동맥 박리, 응고장애 등은 뇌경색, 뇌실질 내 출혈과 지주막하 출혈 등은 뇌출혈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흔히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으로 떠올리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흡연, 운동 부족등은 뇌졸중의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는 위험인자에 속한다”며 “이를많이 가질수록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운동은 뇌졸중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위험 요인 조절을 쉽게 해 준다. 규칙적인 운동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려 준다. 때문에 겨울에도 주 3회 30분 이상, 심장이 약간 뛰거나 등에서 촉촉하게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밖에서 거동이 어려운 경우 고정식 자전거 등으로 유산소운동을 해야 한다.

남 교수는 “뇌졸중 환자에서 새벽 운동이 특별히 금기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기상 후 바로 움직이는 것보다 몸이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며 “특히 이른 새벽, 추운 날씨에 갑자기 노출될 경우 갑작스러운 혈관 수축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스피린ㆍ청심환ㆍ손 따기, 오히려 뇌졸중 악화”=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팔다리 마비, 발음 이상, 어지럼증 등으로 다양하다. 모두 갑자기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남 교수는 “간혹 늘 같은 양상의 만성 두통에 시달리다 뇌졸중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뇌졸중과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졸중은 뇌세포가 서서히 죽는 병이 아니라, 뇌혈관이 막히는 순간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똑같이 손에 마비가 오더라도 언제인지 모르게 양손이 저렸다가 풀렸다가 반복되는 등의 증상은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뇌세포는 매우 연약해서 뇌혈관이 막히면 바로 1분당 200만개의 신경세포가 죽는다. 다른 기관과 달리 뇌세포의 기능이 상실되면 팔다리 마비 같은 눈에 보이는 증세가 바로 나타난다. 빌전소에서 집으로 연결되는 전선이 중간에 끊어지면 정전이 되면서 집안의 전기가 순식간에 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응급조치는 전혀 없다. 남 교수는 “간혹 아스피린이나 청심환을 먹는다든지 손을 따는 등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며 “이런 행위는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어 뇌세포 손상을 심화시키고 치료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할 수 있는 응급조치는 딱 하나, 일분일초라도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라며 “고령자나 집에 위험인자를 다수 가진 사람이 있다면, 평소 혈전 용해 치료가 가능한 가까운 병원을 알 아두는 것이 좋다. 119를 이용하든 응급실로 직접 찾아가든 한시라도 빨리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뇌졸중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고, 회복되더라도 전체 환자의 25%가량이 장애를 갖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주로 급성기에 나타났던 증상이 그대로 남아 편마비, 언어장애, 시야장애 등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남 교수는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증상이 나타난 급성기에 신속히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정상 뇌세포가 손상된 기능을 더 많이 대체할 수 있도록 조기에 재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장애 유형에 따라 물리ㆍ작업ㆍ언어ㆍ인지 치료 등 다양한 재활 치료가 이뤄지게 된다. 남 교수는 “아무리 잘 회복되더라도 전체 환자의 5~20%에서 뇌졸중이 재발하며, 재발하면 새로운 장애가 생길 수 있다”며 “따라서 급성기 치료가 끝나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전문의에게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