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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한 첫눈 등산 ①] 미끄러운 하산 더 위험…등산스틱은 필수
- 첫눈 만끽하려는 등산객 많을 것으로 전망
- 하산시 무릎 지탱 반월상 연골판 손상 위험
- 심해지면 계단 오르내릴 때 움직이지 못해
-“준비운동 하고 하산시 등산스틱 등 꼭 사용”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회사원 방모(49) 씨는 올 겨울 첫눈을 보자, 지난해 오대산으로 ‘첫눈 등산’을 갔다 낭패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산에 다녀온 후 무릎 통증을 느낀 방 씨는 오랜만에 등산해 나타나는 단순 근육통으로 처음에는 여겼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회사에서 일어나고 앉을 때면 가끔씩 다리가 풀리기까지 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방 씨는 갑작스러운 상행으로 무릎 관절에 충격이 가해졌다는 진단을 받고 두 달 가까이 병원을 다녔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올 겨울을 축복하는 첫눈이 내렸다. 이번 주말 눈꽃이 핀 산길을 걷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벼운 등산은 허리 근육을 강화하고, 척추를 바르게 고정시켜 줘 관절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눈으로 인해 미끄러운 산을 무리하게 오를 경우 신체 곳곳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특히 평소 운동량이 적거나, 40~50대 중년층은 하산 시 발생하는 작은 충격에도 척추와 관절을 지지하는 인대에 부상을 입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정성섭 메디힐병원 관절척추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등산 중 부상을 입고 병원을 찾는 사람 중 상당수가 반월상 연골판 손상으로 수술까지 받는다”며 “특히 하산 시에는 장시간 하중을 견뎌야 하고 내리막길에서 힘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관절에 충격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평지를 걸을 때 무릎에 실리는 하중은 체중의 3~6배 정도다. 그러나 등산을 할 때에는 7~10배의 충격이 무릎에 가해진다. 더욱이 40~60대의 경우 근육량이 감소해 무릎에 실리는 무게가 더 증가한다. 때문에 하산 시에는 무릎 통증이 빈번하게 나타나게 된다.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것이 반월상 연골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반월상 연골은 무릎 관절의 안팎에 있는 물렁뼈인 C자형 모양의 섬유 연골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해 무릎 관절을 보호해 준다. 그러나 하산 중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나 착지를 하는 경우 관절이 급하게 뒤틀리게 돼 반월상 연골 관절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하산 시에는 힘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관절에 충격이 집중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지난 19일 오전 제주 한라산 영실 코스를 찾은 탐방객들이 눈꽃이 활짝 핀 탐방로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면 초반에는 무릎이 뻣뻣하거나 힘이 맥없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또 계단을 오르내릴 때, 쪼그려 앉았다 일어날 때, 갑자기 방향을 돌릴 때 순간적으로 무릎이 결리는 느낌이 들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될 경우 무릎 관절 연골을 보호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연골 손상으로 이어지면서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아진다.

강형진 강북힘찬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콜라겐, 단백 다당, 연골세포 성분으로 이뤄진 연골판은 나이가 들면 연골 기질에 퇴행성 과정이 진행돼 탄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산을 많이 찾는 중년층은 탄력이 떨어진 연골판이 외상에 취약하다. 때문에 무리한 산행을 감행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등산 도중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등산 중 무릎의 하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천천히 자주 쉬면서 산을 오르면 휴식으로 관절이 느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보폭은 평지에서 걸을 때보다 좁게 하고, 리듬감 있게 걷는 것이 좋다. 첫눈으로 길이 미끄러울 때에는 아이젠을 착용하면 외상 방지는 물론 무릎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만일 등산 후 앉아 있다가 일어나거나 산에서 내려갈 때 두둑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발생해 갑자기 주저앉은 경험이 있다면 단순 등산 후유증이 아닌 무릎 연골 손상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면 갑자기 무릎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무릎 잠김(knee locking) 현상으로 인해 심각한 보행 장애가 나타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 원장도 “등산 중 발생한 무릎 부상을 단순한 근육통으로 오인해 방치할 경우 연골 손상 범위가 점점 커져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하산 시에는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어줄 수 있도록 등산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릎에 통증이 나타난다면 압박붕대, 부목, 소염제 등을 이용해 상태가 심해지지 않도록 보존한 뒤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병원을 찾아 통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등산 중 산길을 걷다 보면 보폭을 크게 하며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경우 장경인대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장경인대증후군은 지나치게 넓은 보폭으로 하산 시 골반에서 정강이뼈로 바깥쪽 측면에서 길게 이어지는 장경인대와 대퇴골 사이에서 발생한 과도한 마찰로 무릎 바깥쪽에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무릎이 O자형이거나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 무릎 바깥쪽에 체중이 많이 실리는 사람들에게 나타나기 쉽다.

등산은 근력을 키우고 심장과 폐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무리한 산행을 하게 되면 몸의 근육이 평소보다 긴장하게 돼 각종 부상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등산 전 준비 운동으로 근육과 관절을 풀어줘야 한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등산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평소 가벼운 운동으로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 특히 등산 스틱 등을 사용해 체중을 분산해 주는 것이 좋다.

강 원장은 “만약 산에 다녀온 후 무릎이 아프다면 휴식이 최선이다”며 “산행 후 정리 운동을 해주고, 평소 쓰지 않던 근육과 관절을 사용한 만큼 온찜질로 관절을 풀어 주면 도움이 된다. 손바닥으로 근육이 뭉치기 쉬운 부위를 가볍게 마사지해 주면 근육의 피로도 줄일 수 있다”고 권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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