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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아프리카 최빈국, 내년 첫 인공위성 쏜다-떠오르는 신흥우주강국 ③에티오피아
- 가난 극복 프로젝트, 우주개발 국시(國是)로 설정
- 내년 첫 인공위성 발사
- 과거 한국 경제개발 모델 벤치마킹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최상현 기자]‘1인당 국민소득 702달러(2016년 4월 기준, IMF)의 아프리카 최빈국, 물 부족과 정전이 일상화된 나라,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쟁 당시 전투병을 파병한 나라, 아프리카에서 식민통치를 경험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 종족간 갈등과 지도층의 부패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나라…’

아프리카 동쪽, 면적 114만㎢, 인구 7300만명, 4개 종족의 연방국가 에티오피아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들이다.

반면 이 나라가 우주개발을 경제 발전 전략의 ‘국시’(國是)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아디스아바바 북쪽 해발 3200m 엔토토(Entoto)산 정상에 위치한 엔토토천문대 전경
엔토토천문대에 있는 구경(口徑) 1m 우주망원경

고대 에티오피아에서 나일강의 잦은 범람으로 일찍부터 천문학이 발전했다는 사실 또한 낯설다.

안드로메다, 카시오페이아 등 우리에게 익숙한 별자리 이름들 중에서도 에티오피아 왕가의 이름을 딴 것이 많다.

한국에서 15시간 45분을 날아 도착한 아디스아바바 국제공항은 최근의 내전으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를 반영하듯 군인들의 경비가 삼엄했다.

소달구지와 자동차들이 함께 거리의 풍경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를 떠올리게 했다.

정치적 혼란과 후진적인 사회적 인프라에도 에티오피아는 2025년까지 중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산업화를 통한 국가경제개발을 추진 중이다.

제2차 국가개발계획에 우주 개발을 전략 사업으로 넣은 에티오피아는 하일레 총리가 직접 우주 사업을 챙기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에티오피아 정부 관료들은 가난을 극복하려면 우주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에티오피아의 우주정책은 작년 11월 설립된 국가우주과학기술위원회가 총괄하고 있다.

국가우주개발기관인 ‘에티오피아 우주 과학 기술 연구소(ESSTI: Ethiopia Space Science and Technology Institute)’도 만들어졌다.

아디스아바바 북쪽, 해발 3200m 엔토토(Entoto)산에 우주망원경을 건설한 데 이어 지난해 4400m고지대인 라이벨라(Laibela)산에 제2천문대 건설도 시작됐다.

에티오피아의 우주개발은 크게 ESSTI와 엔토토천문우주연구소(Entoto Observatory and Research Center), 그리고 아다마(Adama)과학기술대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 말이면 에티오피아 최초의 소형위성도 발사될 예정이다.

아다마 대학 우주기술연구소는 내년 말 무게 4㎏의 마이크로 소형위성(Micro Sat)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공위성 개발사업에 정부는 지난해 500만달러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 대학 레미(Lemi)총장은 “위성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산업화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첨단 기술을 일거에 획득하는 효과가 있다“며 “국토개발, 가뭄, 수자원 관리, 지도제작, 광물탐사 등 원격탐사기술로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 개발에 필요한 정보획득과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ESSTI 조직의 위상도 5년 후에는 나사(NASA)와 같은 ‘우주 에이전시(Space Agency)’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ESSTI의 초대 소장을 맡고 있는 솔로몬(Solomon) 박사는 10년 단위의 장기 플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안에 우주 기반 시설 구축, 원격 탐사 위성 발사, 제2천문대 완성, 박사급 우주 인력 20명 확보가 목표라고 했다. ESSTI 인력도 올해 안에 70명에서 15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어 “10년 내에 기본 우주 개발 능력을 갖추고 2037년까지 우주 모든 분야에서 첨단 우주 능력을 확보해 2047년에는 우주 산업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우주개발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우주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2004년 출범한 에티오피아우주과학자협회(ESSS: Ethiopian Space Science Society)의 회원도 국내외를 통틀어 벌써 1만 명이 넘었다.

전국을 순회하며 우주 관련 시설을 관람하는 ESSS 주최의 ‘아스트로-버스(Aestro-bus)’ 행사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10월 개최된 행사에는 아다마 대학교에서만 100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ESSS 사무총장 아비넷 에즈라(Abinet Ezra)는 “이 프로젝트는 에티오피아의 우주 기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우주정책의 중심에는 한국이 있다. 우주개발정책에서 한국의 경제개발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주 과학기술자 30명이 한국의 카이스트와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우주기술교육을 배워가기도 했다.

레미 총장은 “1970년대 과학기술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의 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onsang@heraldcorp.com

[취재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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