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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은 면했지만’…삼성·LG, 트럼프 결단에 기대
- ITC 권고안 채택시 피해 규모 수천억 달할 듯
- 삼성ㆍLG “美 공장 일자리에 타격 올 것”
- 정부 WTO 제소 검토

[헤럴드경제=배문숙ㆍ홍석희ㆍ이승환 기자] “이제 한국 정부의 노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기대를 해봅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50%의 고관세를 물리는 권고안이 채택되면서 국내 가전업계에 적잖은 피해가 우려된다. 월풀 요청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미국으로 수출되는 수천억원 규모의 세탁기가 고관세를 맞을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과 가격 경쟁력 상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건설 중인 공장의 가동시기를 당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제소 카드를 검토 중이다. 


▶‘최악은 모면’…피해는 눈덩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 시각으로 이날 새벽 발표된 ITC의 권고안에 대해 최악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초 145만대의 저율관세할당(TRQ)을 요구했는데, ITC측이 비교적 높은 수준인 120만대를 TRQ로 잡아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한국산 세탁기에 50%의 관세 부과를 요구한 월풀의 요청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를 대비해 ‘프리미엄 세탁기는 제외해달라’는 ‘플랜B’까지 마련해둔 상태였다.

그럼에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판매한 세탁기는 200만대로 금액으로 1조1000억원을 헤아린다. 120만대 초과 물량에 대해 50% 관세를 물어야 할 경우 관세로 내야할 규모는 수천억원이 될 수 있다.

이제 기대할 곳은 한국 정부의 노력과 미국 대통령의 결단이다. ITC가 이날 발표한 권고안은 초안 성격으로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 등 모든 권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ㆍLG의 통상팀이 이날 만나 추후 대책 논의에 들어간 것도 이젠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과 압박, 회유책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ITC 조치는 정무적인 판단이 많이 담겼다. 한국 기업이 법률로만 따지는 것엔 한계가 있다”며 “한국 정부 차원에서 미국 정부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ㆍLG ‘美 일자리 타격 입을 것’ 한 목소리
=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 ITC 결정문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 일자리가 타격받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테네시주에 각각 세탁기 공장을 건설중이다.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작은 관세라도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제품 선택의 폭을 제약하며 삼성전자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생길 일자리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는 이미 내년 1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공장의 준비를 위해 350명을 채용했고 올해 연말까지 150명의 생산직 일자리를 더 충원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의 일꾼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또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혁신적인 세탁기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할 어떤 구제조치도 부과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별도로 배포한 자료에서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므로 이번 ITC 권고안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번 권고안을 최종 결정하게 될 미국 정부가 미국 소비자와 유통 뿐만 아니라 가전산업 전반을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삼성ㆍLG 美 공장 가동 당기기로, 정부는 WTO 제소 검토
= 유감 표명과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곧바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가동 시점을 당기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올해 6월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뉴베리 카운티)에 있는 공장부지를 인수한 바 있다. 이 곳은 터가 닦여있고 도로 등 주변 인프라가 깔려있어 공장 가동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1~2월 사이 세탁기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ITC의 관세 부과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LG전자 역시 부품 현지화와 미국 공장 가동 시점을 당기는 데 주력한다. LG전자는 테네시주(몽고메리 카운티)에 공장 부지를 확정짓고 지난 8월 착공에 들어갔다. 공장 가동 시점은 삼성전자보다는 늦은 내년 하반기께 가능할 전망이다.

120만대 상한선을 사이에 두고 양사간 신경전이 벌어질 공산도 크다. 이날 발표된 ITC의 세이프가드 권고안에는 두 회사에 지정 할당을 두진 않았다. 어느 회사든 더 빨리 더 많은 세탁기를 미국 세관을 통과시키면 고관세를 물지 않을 수 있다. 세탁기 부품에 적용되는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은 부품을 한 모듈 내에 담는 노력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ITC는 부품 TRQ에 대해 대수 제한만을 두고 있지,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이 몇개인지는 관여치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 삼성전자, LG전자와 대책회의를 갖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 2월께 이뤄질 것으로 보고 그 전까지 다방면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방침”이라며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시행할 경우, WTO 협정 위반 여부 등을 분석한 후 WTO 제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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