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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바브웨 무가베 37년 독재 종식…새 대통령은 음난가그와
-무가베, 탄핵 절차 개시 후 사임…“자발적 결정”
-음난가그와 대통령 취임 예정
-37년간 최빈국 전락…경제·보건 등 과제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세계 최장기·최고령 집권자였던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의 37년 독재가 막을 내렸다. 무가베 대통령은 41세 연하 부인 그레이스(52)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는 ‘부부 세습’을 시도했다 탄핵 위기에 처하자 결국 사임의 길을 택했다. 긴 독재에서 벗어난 짐바브웨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지만, 무가베의 장기 집권과 실정 아래 최빈국으로 전락한 상황이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녹록지 않다.

제이컵 무덴다 짐바브웨 의회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오후 5시50분께 짐바브웨 국영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했으며 그의 사직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사직서에서 “나 로버트 가브리엘 무가베는 헌법 96조에 따라 공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 이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며 “짐바브웨 국민의 안녕에 대한 우려와 순조롭고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권력 이양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AP]

무가베의 사임 발표는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이 탄핵 절차를 개시한 이후 나왔다.

ZANU-PF는 야당과 함께 이날 오후 의회를 열어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번 탄핵 절차는 ZANU-PF가 최후통첩 기한으로 제시한 전날 정오가 지나서도 무가베가 공식적으로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고 버티면서 진행됐다.

무가베가 전격 사임하면서 탄핵 절차는 곧바로 중단됐다.

앞서 무가베는 조건부 퇴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 무가베 대통령이 여러 조건 아래 사임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짐바브웨 군이 제안한 퇴진 조건에는 무가베 대통령과 그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에 대한 완전한 면책 특권, 개인 자산 지속 유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가베 대통령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직은 이달 초 해임된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이 당분간 맡을 전망이다.

시몬 카야 모요 ZANU-PF 대변인은 이날 저녁 “음난가그와가 24시간 이내 대통령으로 취임해 90일간 대통령직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수도 하라레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무가베의 퇴진을 축하하며 환호했다.

시민 티나셰 차카네차(18)는 “무가베가 떠나서 매우 기쁘다. 독재 체제 하의 37년이란 장난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짐바브웨는 국민에 의해 통치되기를 바란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짐바브웨의 앞날에는 보건, 경제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짐바브웨는 1965년 로디지아란 이름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당시만 해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의식주가 양호한 나라로 꼽혔다. 식량과 광물이 풍부하고 보건시스템이 좋은 나라로 평가됐다.

그러나 1980년 짐바브웨로 국명을 바꾸고 무가베가 초대 총리에 올라 37년간 집권하는 동안 식량과 깨끗한 식수가 부족하고 기본 위생과 보건 환경이 열악한 나라가 됐다.

무가베의 장기 집권과 실정으로 경제도 악화해 현재는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정치 혼란과 지폐 남발 등으로 천문학적인 인플레가 발생, 미국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2009년 한때 3경5000조짐바브웨달러(Z$)를 기록하는 등 통화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자국 통화가 아예 유통되지 않게 됐다.

올해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북한과 비교해 소득 수준이 비슷한 1100달러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20여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어 국민 300만명이 식량난을 겪고 가축 2만마리가 아사했다.

짐바브웨 국민 일부는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물가 상승과 만성적인 실업, 빈곤으로 나라를 떠나고 있지만, 무가베는 그레이스와 함께 호화 생일잔치와 명품 구입 등 사치를 일삼으며 부패에 빠져 ‘나라를 망친 독재자’라는 비난을 샀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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