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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모는 괴로워②] 가리고 덮어도…탈모여성 ‘마음에 큰 상처’
-“여자가 무슨 탈모야” 편견에 큰 상처
-작년 여성 9만5000명 탈모로 병원진료
-“현대인의 생활습관병…편견 접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여성 탈모환자 최모(33) 씨는 지난달 소개팅에 나간 뒤 우울증만 얻어왔다. 소개팅 상대방이 이상형을 묻자 ‘긴 머리에 굵은 웨이브의 여성’이라고 답했다. 누구라도 대답할 수 있는 흔한 이상형이었지만 최 씨에게는 상처였다. 5년째 탈모와 싸움 중인 최 씨는 탈모가 진행된 부분에 부분가발을 착용한 상태였다. 그는 “부분가발이 눈에 띌까봐 계속 전전긍긍했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로 탈모는 남녀를 불문 모두에게 생기는 질병이 되었지만 여전히 ‘탈모는 중년 남성의 것’이라는 편견으로 여성 탈모 환자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1만2916명이며 이중 9만4992명이 여성이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로 탈모는 남녀를 불문 모두에게 생기는 질병이 되었지만 여전히 ‘탈모는 중년 남성의 것’이라는 편견으로 여성 탈모 환자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123RF]

그러나 여성 탈모 환자들은 탈모를 고백하면 “왜 여자가 탈모가 있느냐”는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고 호소한다.

최 씨는 지인에게 탈모질환을 앓고 있다고 털어놓자 대부분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으면 탈모가 생길 수 있느냐”며 동정어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 씨는 “집안에 불운이 있거나 우울증이 있던 것도 아니고 나는 평범한 사람”며 “탈모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억울해했다.

여성 탈모 환자들은 여성 외모를 중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는다고 입을 모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정수리 부분에 머리카락이 빠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전모(20) 씨는“학교 다닐 때 별명이 ‘골룸’이었다”며 “한국 사회에서 탈모 여성은 아픈 ‘환자’도 아닌 그저 못생긴 여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탈모는 누구에게나 괴롭지만 ‘예쁜 여자가 최고’라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탈모환자는 몇 배로 마음고생을 한다”고 털어놨다.

여성 탈모환자들은 남성 환자들처럼 가발을 쓰기도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여성 탈모의 경우 정수리 탈모나 전반적으로 머리 숱이 현저하게 적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맞는 가발도 많지 않을뿐더러 긴 머리 가발의 경우 짧은 머리보다 티가 훨씬 많이 나기 때문이다.

2년 전 출산 후 탈모가 생긴 전모(31) 씨는 “정수리 탈모를 가리기 위해 부분가발을 쓰는 게 오히려 더 어색한 것 같다”며 “가르마를 바꿔서 가리고 핀을 꽂는 등 어떻게든 숨기고 다닌다. 이 스트레스로 오히려 더 탈모가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고 답답해했다.

전문가들은 탈모는 남성의 것이라는 편견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환 발머스 한의원 대표원장은 “학계 논문에 따르면 여성 환자가 전체의 32%를 차지할 만큼 탈모는 더 이상 중년남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탈모는 스트레스, 과로, 수면부족, 서구화된 식습관, 환경오염 등의 생활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 병’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탈모를 건강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의원에 내원한 여성 탈모 환자들을 보면 생리불순, 두통, 안구건조, 비염, 불면증, 수족냉증, 과민성대장 등의 증상을 함께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탈모는 몸이 보내는 SOS 신호”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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