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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을 가다] 4.2m ‘박정희 동상’ 기증식…“친일파” vs “빨갱이” 찬반 몸싸움
-박정희 탄생 100년 앞두고 13일 동상 기증식
-찬성ㆍ반대 양론 팽팽히 맞서 진통 예상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심의 거쳐야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야이 친일파 XX들아. 어디 서울 하늘 아래 친일파 동상을 세워.”

“빨갱이 XX야. 니가 밥을 굶어봤어, 전쟁을 겪어봤어. 북한으로 가. 너는 여기 들어올때 절 하면서 와야해.”

13일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 10여개의 계단을 사이에 두고 욕설이 이어졌다. 경찰 1개 중대 120명은 계단에서 몸싸움을 막았다. 계단 위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성하는 측이, 계단 아래엔 박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높이 4.2m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의 험난한 미래를 예고했다.


▶“일평생 조국에 헌신”
=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렸다. 도서관 측은 박 전 대통령의 대형 걸개 사진을 걸고 접이식 의자 50여개를 설치했다.

붉은색 베레모를 쓰고 신형 전투복을 입은 60~70대 박정희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행사장을 찾았다. 9시40분부터 군가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50여개의 접이식 의자는 곧 채워졌다. 이날 행사에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조우석 KBS 이사,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 동상제작자 김영원 조각가, 박근 전 유엔대사 등이 자리를 찾았다. 10시엔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이 이어졌다.

동상은 ‘이승만ㆍ트루먼ㆍ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제작했다. 4.2m, 중량 3톤의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동상건립추진모임 측은 “박정희 대통령은 애국애족 정신으로 일평생을 조국 근대화와 굳건한 안보 구축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라며 동상 제작 취지를 밝혔다.

재단에 동상을 기증하는 이유에 대해 “박정희 정신을 기리는 곳이자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들과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국가홍보와 애국심 교육에 적절한 곳”이라고 했다.


▶ “일왕에게 견마(犬馬)의 충성”=같은 시각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시민단체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박정희는 민족을 배반한 친일군인인 동시에 1941년 12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대일선전포고 한 순간부터 해방까지 임시정부의 반대편에서 교전을 수행한 명백한 적국(敵國) 장교”라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마포지역 정당, 시민단체 등이 모인 ‘박정희동상설치저지 마포비상행동’ 측은 “박정희는 1939년 3월 혈서와 함께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써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과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것을 일왕에게 맹세했다”며 “해방 후에는 불법 쿠데타와 종신독재로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한 반헌법 인물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들은 “현행 대한민국 헌법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명시하고 있는 한 박정희는 청산의 대상이 될지언정 결코 기념의 대상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봉수 마포구의원은 도서관 앞에서 동상 반대 농성을 이날로 일주일째 이어갔다. 노웅래 국회의원은 행사장을 찾았으나 박정희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에 쫓겨났다. 노 의원은 “절차상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서울시 소유 부지…심의 절차 남아=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부지는 서울시 소유다. 영구임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단 측이 서울시에 동상 건립 심의를 요청하면 미술 전문가와 역사학사 등으로 구성된 공공미술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동상 건립 찬성 측과 반대측이 위원회 인적 구성부터 문제제기를 할 전망이다.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측은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의 운영 문제도 지적했다. 공공도서관 건설을 약속하고 시소유지를 제공받았으나 2012년 2월 기념관만 짓고 현재까지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서울시의 감독 문제까지 묻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과 표지석은 수차례 수난을 당해왔다.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 위치한 표지석은 지난 8월 두번 연속 붉은색 페인트로 ‘개XX’ 욕설이 적혔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 흉상은 시민운동가 최황(33) 씨에 의해 붉게 칠해졌다. 최 씨는 서울남부지법에서 특수재물손괴 혐의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중이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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