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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美·캐나다서 만난 ‘행복한’ 농부들
미국과 캐나다의 농업하면 자연스레 기업화된 대농장(대농)을 떠올리게 된다. 광활한 국토와 농지만큼이나 세계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 또한 크다. 미국은 ‘GMO(유전자변형작물) 천국’이기도 하다. 모든 GMO의 70%는 미국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이런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친환경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소농들이 있다. 재배한 농산물 대부분은 동네(지역)에서 직거래로 판매된다. 이들을 가리켜 ‘마켓 가드너(Market Gardener)’라고 한다. 또 이들을 위해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씨앗과 농기구만을 개발, 보급하는 회사도 있다.

지난 9월 중순, 지방자치단체 귀농ㆍ귀촌 담당 공무원과 관계자들로 구성된 ‘귀농ㆍ귀촌 국외 연수단’의 일원으로 이들을 직접 만났다.

미국 메인 주에 위치한 ‘포시즌팜(Four Season Farm)’의 농장주 엘리엇 콜먼(Eliot Coleman)은 1세대 마켓 가드너로 불린다. 그는 50년 이상 자연 순환농업과 유기농업의 길을 걸어온 베테랑 농부. 그가 들려준 에피소드는 교훈을 넘어 감동적이다.

“오래 전에 지금의 농장 부지를 인근에 사는 한 작가로부터 매입했어요. 그는 자신이 20년 전에 매입한 가격 그대로 제게 땅을 넘겨주었지요. 당시 매매 가격은 1ac(1224평)에 33달러였어요. 이후 저도 한 친구에게 그 땅 일부를 팔았는데, 저 역시 1ac에 33불 그대로 넘겼습니다”

욕심을 비운 안분지족 농부가 아니고서는 생각조차하기 어렵다. ‘사기성’ 기획영농부동산들이 활개치고, 바가지를 일삼는 우리나라 농지시장의 혼탁한 현실에 비춰볼 때 그 시사하는 바가 자못 컸다.

캐나다에서는 ‘더 마켓 가드너(The Market Gardener)’라는 제목의 책(2015년 개정판 발행)을 쓴 잔-마틴(Jean-Martin Fortier)의 농장(퀘벡 주ㆍJM농장)을 방문했다. JM농장은 자연 순환농업과 소규모 유기농업을 통해 ‘저비용-고소득’을 실현한 좋은 모델이다. 실제로 1ac(1224평)에 10만 캐나다 달러(CAD)의 수익을 올리는데, 그 중 순수익은 50% 가량 된다고 한다/(물론 우리나라 유기농업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저비용 실현과 안정된 소득 확보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전부는 아니다.

“마켓 가드너란 궁극적으로는 삶에 관한 질문이지요. ‘얼마나 단순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잔-마틴 아내의 설명이다. 결국 마켓 가드너란 ‘소농 유기농업’을 넘어서 본질적인 삶에 대한 제안인 셈이다. 단순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자는. 이 농장에서 일하는 한 젊은 직원은 망설임 없이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규모 토마토 농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이 작은 농장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즐겁고 행복해요”

농촌진흥청에서 얼마 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귀농ㆍ귀촌한 이들의 93%가 농촌에 정착(?)했다고 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수치지만, 그들 가운데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귀농ㆍ귀촌 교육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지향점은 ‘높은 수치’보다는 ‘행복’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행복의 밑바탕은 안분지족의 마음자세가 아닐까. 미국과 캐나다에서 만난 행복한 농부들에겐 ‘그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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