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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슴뼈 무덤 사이로 보이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김두진 개인전
리안갤러리 서울, ‘대지 EARTH’전
“힘과 권력의 상징 미켈란젤로 작품
초식동물 뼈로 치환…전복적 해석”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죽은 동물들의 무덤이다. 하얗게 퇴화된 뼈들만 남았다. 산처럼 쌓인 뼈들사이 익숙한 형상이 드러난다. 미켈란젤로의 ‘바쿠스’, ‘다비드’, ‘피에타’ 등 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서양미술사의 명화 속 장면을 차용해 등장인물을 해골 이미지로 변환시킨 디지털회화로 유명한 작가 김두진(45)의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자하문로에 위치한 리안갤러리 서울은 김두진의 개인전 ‘대지(EARTH)’를 개최한다. 전시에는 컴퓨터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형상화한 사슴뼈 등 동물뼈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한 신작 ‘3D 디지털 회화’ 11점으로 채워졌다. 지하전시장에 걸린 가로 1.8미터 세로 3미터의 대형 회화작품을 보고 있자면 크기는 물론, 작품이 내뿜는 독특한 아우라에 압도당한다. 
김두진, David, 2017, 3D Digital Painting, 300x180cm [사진제공=리안갤러리]

신작은 작가의 이전작품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떤 행동에 대한 징벌적 형태로의 죽음이 아닌 삶의 대칭점으로 죽음에 가깝다. 산화한 뼈들 처럼 죽음은 처연하고, 무채색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미켈란젤로는 분명 훌륭한 예술가지만, 그의 작품을 지금까지 우리가 만날 수 있다는 건 ‘정치적으로 선택받은’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힘과 권력 남성중심적으로 읽히는 그의 작품을 가장 대칭 지점이라 할 수 있는 연약한 초식동물의 뼈로 치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약한 초식동물로 ‘사슴’을 선택하게 된 것 또한 전복적이다. “동양에서 십장생도에 그려진 사슴은 영생을 상징하는데, 그 뼈를 사용해 영원한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김두진, Hermes, 2017, 3D Digital Painting, 300x180cm [사진제공=리안갤러리]

이번 신작은 미켈란젤로 조각을 3D입체조각으로 재현한 뒤, 초식동물의 뼈를 하나씩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초식동물의 뼈도 생물도감 등에서 차용, 입체조각으로 구현했다. 사실감과 입체감을 더하기 위한 소묘작업만 8개월을 소요했다. 작가는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예술적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완성도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성신영 큐레이터는 “작가가 환기시키는 죽음은 문명/야만, 기독교/이교도, 신성/세속, 이성애/ 동성애 등 다양한 이분법의 해체”라며 “커밍아웃한 작가가 성소수자로서 느끼는 심리적 위축과 욕망 사이에서 나타나는 감정이 죽음을 통해 중화되고 정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김두진, Torso 1, 2016~2017, 3D Digital Painting, 165x110cm, Ed.5+Ap.2 [사진제공=리안갤러리]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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