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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일자리 강조하면서 기업 역할 평가절하한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당부하는 국회 시정연설을 가졌다. 지난 6월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 이어 두 번째 국회 연설이다. 국회와 소통의 폭을 넓혀가겠다는 문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은 평가할만하다. 진정성도 인정할 부분이다.

429조원 규모의 예산 쓰임새를 설명한 이날 연설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일자리’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와 가계소득 증대 등 민생 안정에 예산 편성의 중점을 뒀음을 시종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데, 고용상황이 개선되면 더욱 상승세를 탈 것”이란 낙관적 바람도 잊지 않았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대되면 경제도 그만큼 빨리 나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자리 정부’를 공언한만큼 그에 상응하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연설 초반 상당 부분을 ‘양극화’ 해소에 할애한 점도 결국 일자리와 맥을 같이 한 것이라 하겠다. 문 대통령은 ‘IMF 외환 위기’를 국민들이 잘 극복해 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고, 중산층의 자부심이 사라졌다”고 언급했다.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양극화의 발단이라고 본 것이다. 이걸 개선해야 “국민의 삶에도 국가에도 미래가 있다”며 새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중심 경제’는 이런 절박한 인식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밝혔다. 결국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의 당위성을 거듭 설명한 셈이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이같은 국정 운영 철학이 잘 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를 설명하면서 기업의 역할과 가치를 폄훼한 듯한 대목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는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언급이 그렇다. 대기업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일정 역할을 했지만 이제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체된 성장’과 ‘고단한 삶’이 마치 대기업 탓이냥 표현한 부분도 있다. 새 정부가 그토록 갈구하는 일자리는 기업이 활기차게 돌아가야 비로소 만들어진다. 기업을 춤추게 하지는 못할망정 의지를 꺾는 것은 결국 일자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과표 2000억원 이상의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했다”며 “(기업이) 그만큼 더 존경받는 세상”을 희망했다. 앞과 뒤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문 대통령의 지적처럼 경제를 새롭게 하고 일으켜세우려면 기업의 협조는 필수다. ‘나라다운 나라’든, ‘사람중심의 경제’든 그 한 축이 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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