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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강압외교 정점 보여줄 트럼프 아시아 순방
총성없는 전쟁, 11월 외교 대전이 시작됐다. 아시아 국가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시기다. 10~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3∼14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가 차례로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아태 국가 정상들의 다자외교 무대가 펼쳐진다. 그러나 11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다.

트럼프가 취임 9개월 만에 첫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5개국을 12일간 방문하는 일정이다. 트럼프의 행동 하나, 목소리 하나(혹은 트윗 한 줄)에 아시아의 온 신경이 집중된다.

2017년의 미국은 이전과 아예 다른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 정부는 외교·군사 정책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이동하겠다며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을 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서 ‘피봇 투 아시아’는 죽은 구호가 됐다. 트럼프는 취임 사흘만에 이 정책의 뼈대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는 “오바마 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는 아시아 국가는 없다. 바로 이 시각 미국의 정책인 ‘트럼프의 시그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방문 시점이 흥미롭다. 중국과 일본 모두 ‘1인 체제’를 확고하게 다진 직후다. 시진핑 주석은 제19차 당 대회를 통해 마오쩌둥 반열의 ‘절대권력’을 공식화했고,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중의원 선거서 압승을 거두며 ‘아베 1강(强)’ 시대를 열었다. 이들에게 트럼프 순방은, 절묘한 타이밍에 만난 절호의 이벤트인 셈이다. 아베는 트럼프 앞에서 군사옵션 지지 발언을 하며 밀월관계를 더욱 과시할 예정이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골프 회동’도 완벽히 세팅했다. 30일엔 한밤 통화를 주고받으며 “우린 100% 함께 가는 사이”라고 손뼉을 마주쳤다. 중국 역시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다. 최소 7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을 통해 미국의 대중 무역 불균형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영리한 장사꾼인 트럼프가 작은 결실에 쉽게 취할 사람이 아니다. 이번 순방에 북핵과 통상문제를 양손에 들고 나타나 ‘트럼프식 강압외교’의 정점을 보여줄 것이다. 중국엔 더욱 적극적인 대북 역할을 요구하며 무역 불균형과 환율 조작 등으로 으름장을 놓을 것이고, 일본에도 연간 700억 달러에 이르는 대일 무역적자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라고 압박할 것이다.

트럼프 첫 방한을 앞둔 문재인 정부도 취임 후 가장 힘겨운 외교 시험대에 오른다. 15개월만에 극적으로 사드 장벽을 넘었는데, 트럼프라는 더 큰 산을 맞닥뜨렸다. 북핵 공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방위비 분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첨예한 이슈들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코리아패싱’ ‘혈맹균열’의 우려를 지우고 단단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 어느 때보다 시리고 냉혹한 외교전서 문 정부가 받아들 성적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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