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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강태훈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수능을 컴퓨터화시험으로 치르려면
보름 뒤로 다가온 올해 수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실시되는 지필고사 형태로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의 수능격인 SAT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인 PISA 등은 이미 컴퓨터화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의사국시 등에 컴퓨터화시험을 조만간 도입하기 위하여 준비 중에 있다.

수능과 같은 대규모 시험이 지필고사에서 벗어나 컴퓨터화시험 체제를 도입하면 선다형 문항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형의 문항을 도입할 수 있다. 마우스를 사용하여 특정 장소를 클릭하거나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활용하여 아이콘을 이동하는 형태로 주어진 문항에 응답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응시자가 키보드를 통하여 답안을 서술하도록 하거나 직접 말한 내용을 녹음할 수도 있으며 터치스크린에 그림을 그리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동영상이나 소리 등의 멀티미디어적 요소를 포함한 문항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 지필고사에서는 글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직접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기 때문에 문항의 질 혹은 타당도를 대폭 제고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응답 결과를 수합하고 채점 및 분석하는 과정 그리고 수험생 개인 및 특정 집단 수준의 성적 제공을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수능 컴퓨터화시험 도입 및 실시는 현재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수능 절대평가화 이슈 못지 않게 중요하게 인식될 필요가 있는 만큼 도입 전 전제돼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세 가지 정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컴퓨터화시험에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유형의 질높은 문항을 확보하려면 현재와 같은 한달 간의 감금식 출제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즉 유능한 전문가들이 충분한 숙고를 통하여 양질의 문항들을 출제하고 일정한 검토 과정을 거쳐서 문제은행(item bank)에 포함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미국 SAT 문항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 2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출제 및 검토 과정을 거친 후 실제 검사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글쓰기 및 말하기 형태의 수행형 문항 채점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전문적 수능 채점자 집단의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일선 고교 교사들이 채점에 참여하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나 컴퓨터화시험을 통한 영어 쓰기 및 말하기 응답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 및 채점하고 있는 토플과 같은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국가영어능력평가(NEAT)을 준비하면서 대규모 채점자 집단의 훈련 및 인증 경험을 이미 축적한 바 있다.

셋째, 시험 실시 횟수에 있어서 미국의 SAT와 같이 1년에 7번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2~3번 정도 수능 컴퓨터화시험을 치를 필요가 있다. 이는 수험생에게 있어서 고3 말에 응시하는 단 한번의 수능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부담을 경감하는 의미도 있지만, 컴퓨터 특성상 예상하지 못했던 오류나 오작동이 항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전제가 모두 충족되려면 현재 수능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관련 인적·물적 자원이 대폭 보강되거나 수능만을 상시적으로 전담하는 국가 기관이 신설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수능 컴퓨터화시험 도입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차원의 인식 제고 및 이에 따른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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