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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늦었지만 반가운 대법원의 성범죄 엄벌 의지
지난 해 5월 세상을 경악케 한 전남 신안 ‘섬마을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이 더욱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26일 열린 상고심에서 7~10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 재판에서는 박모씨 등 피고인 3명에 대해 12~18년 형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공모혐의가 없었다며 형량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대법원 생각은 달랐다. 피고인들이 범행를 모의한 증거와 정황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단은 늦은 감은 있으나 성범죄 처벌이 온정주의로 흐르는 추세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성범죄 처벌은 가혹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번 사건만 봐도 온정의 여지는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다. 우선 학부모가 교사를 성폭행했다는 것만 해도 피해자 개인은 물론 교권 전체에 대한 농락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수법은 잔인하기 짝이 없다. 술에 취한 교사를 차례로 욕보인 것도 모자라 휴대전화로 그 장면을 촬영까지 했다. 당시 사건을 접한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그런데도 재판이 거듭될수록 형량은 줄어들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시종 끊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도 이같은 국민 법 감정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성 범죄는 피해자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고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특히 나쁘다. 그러나 뿌리가 뽑히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그 수법도 갈수록 치밀하고 흉포화되고 있으며 학교와 직장, 미성년 등 장소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13세 미만 미성년자 성범죄 사범의 경우 2012년 868명에서 지난해 1211명으로 늘었다. 반면 구속 인원은 같은 기간 261명에서 131명으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결국 미약한 처벌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크고 작은 성범죄 사건 때마다 엄벌을 약속하지만 매번 그 때 뿐이다. 법원 역시 2012년 성범죄 양형기준을 강화했지만 집행유예 선고율은 되레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아동 성범죄로 기소되면 최고 사형으로 다스릴 정도로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영국과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도 처벌 강도는 비슷하다. 우리도 그렇게 못할 이유는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높이 평가하며 성범죄는 불문곡직 중죄로 다룬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고히 뿌리내리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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