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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작은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작은 개는 괜찮다?…목줄 풀린 ‘펫티켓’에 커지는 공포
“우리 개는 안문다” 목줄없이 산책
단속 이전 견주 인식부터 변화를

22일 오후, 두 아이와 함께 일산 호수공원을 찾은 직장인 강모(41)씨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주말 나들이객으로 붐빈 공원 산책로에 목줄도 하지 않는 개들이 뛰어다는데도 단속원은 보이지 않고 “반려견 목줄 미착용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안내방송만 나올 뿐이었다. 강 씨는 최근 서울의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를 물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불안이 더 컸다. 특히 개들이 아이들을 향해 시끄럽게 짖으며 쫓아오는 모습에 신경이 곤두섰다. 사정이 이런데도 견주는 태연하게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강씨가 견주에게 따졌더니 돌아온 대답은 “작은 개니깐 괜찮다”는 말뿐이다. 더 이야기하다 싸움으로 번질것 같아 1시간 정도 머물다 집으로 돌아와야만했다.

유명 음식점인 한일관 대표 김 모 씨(53ㆍ여)가 이웃에 사는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인 최시원 씨 가족의 반려견에 물려 치료를 받다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반려견이 목줄을 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SNS 등에는 반려견 안전관리와 주의를 촉구하는 글들이 쏟아지는 등 반려견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여전히 목줄이나 입마개 등을 하지 않은 개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내 공원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채 활보하는 강아지들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실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모(30)씨는 지난 21일 저녁 한강공원을 산책하다가 돗자리에 반려견과 3세 미만의 어린 아이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의 부모는 반려견과 어린 아이가 함께 있는 것을 귀엽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 씨는 아이보다 더 큰 반려견이 아이를 물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이 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큰 개와 아이가 함께 자는 사진 등이 자주 보인다”며 “반려견이 가족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은 좋지만, 견주를 무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조심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원에서 목줄 풀린 개들을 심심찮게 볼수 있지만 단속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공원 내에서 애완견 목줄을 채우지 않아 현장에서 계도한 건수는 6260건에 달했지만 정작 단속에 나서 과태료 처분을 한 경우는 8건에 불과했다. 애완동물 배설물 미수거로 인한 단속은 2014년 이후 단 한차례도 없었다.

연간 7000만명이 찾는 한강공원 내에서 반려견의 목줄을 채우지 않아 단속에 걸린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애완견 관리소홀(목줄 미착용, 배설물 미수거 등 포함)로 인한 단속은 2014년 18건, 2015년 16건에서 지난해 55건 급증했다. 올들어 단속은 지난 7월까지 39건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집계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목줄 없는 개들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개선과 함께 타인을 배려하는 견주들의 ‘펫티켓’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견들이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게 하려면 사회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교육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사후조치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반려견 물림 사고는 처벌을 강화해야 해서 해결되는 문제만은 아니다”며 “큰 개에 대해서는 라이센스가 있어야 하도록 하는 등 ‘예방 조치’가 정책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문규·정세희 기자/mk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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