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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숙사 옆 등산로서 ‘술판’대학 “민폐취객 어찌해야…”
정문앞서 버젓이 포장마차 영업
인도에 좌판 설치로 보행 불편
쓰레기 무단투기로 민원 쇄도
학교측 “무조건 막기도…”고민

“이거 정말 여기서 먹어도 되는 거에요? 그럼 막걸리 한 병하고 홍어 무침 주세요.”

지난 22일 가을철 대표 단풍 명소로 유명한 관악산 입구는 이른 아침부터 등산객들로 붐볐다. 대부분 주말을 맞아 절정을 맞은 단풍 구경에 나선 관광객들이었지만, 등산로 입구에서 인근 버스 정류장까지 늘어선 포장마차를 따라 술을 마시는 등산객들도 많았다. 한쪽에서는 소주와 막걸리를 팔며 인도에 자리를 깔아놔 행인이 차도를 넘어 비켜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등산로 입구가 인근 서울대학교 정문과 인접해 등교하는 학생들과 마찰이 종종 벌어진다는 점이다.

이날 도서관을 찾아 학교 안으로 진입하는 마을버스를 탔다는 대학생 이모(25ㆍ여) 씨는 “요즘에는 마을버스에 술에 취한 등산객들이 많아 술 냄새도 많이 나고 가방이나 등산 스틱에 찔리는 불편한 경험을 자주 겪는다”며 “특히 학교 안에 등산로와 이어지는 길이 있어 술에 취한 등산객들이 학교 내에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가 힘든 주말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대 정문 앞에는 아침부터 구청에서 나온 미화원이 상주하며 길에 버려진 막걸리병 등을 치웠다. 미화원은 “좌판에서 파는 음식물을 그대로 거리에 버리고 가는 사람도 많아 청소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 정문과 맞붙어 있는 관악산 등산로 입구. 입구부터 술을 파는 포장마차가 즐비해 취객으로 인한 민원도 덩달아 늘고 있다.

단풍철을 맞아 일부 등산객들의 행동으로 인근 대학가가 몸살을 앓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유명 등산로가 인접해 있는 다른 대학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인근 북악산과 맞붙어 있어 등산로로 이용되는 성균관대도 등산객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많아 청소에 애를 먹고 있다. 학생들은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쓰레기 주의 문구를 통행로에 붙이기까지 했다.

특히 대학 인근 등산로마다 차려진 포장마차가 피해를 더 키운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정문 인근에서 버젓이 등산객들에게 술을 팔고 있어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산 후에 모여 술을 먹는 문화가 일반적이라고 하지만, 대학 정문 앞에서 술판을 벌여 학생들의 민원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찾은 관악산 입구에서도 아침부터 술에 취한 등산객들이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이 계속됐다.

일부에서는 등산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학교 시설을 파손하는 경우가 잇따르자 아예 출입 금지 팻말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일부 등산객들은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무조건 통행을 막으면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공개된 장소를 지나가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며 “최대한 쓰레기 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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