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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경 수사권 조정’ 큰틀…신고리 공론화위가 롤모델?
숙의민주주의’ 모범사례 확인
검경 양측간 최종합의 불발땐
文대통령 “중립적 기구서 결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찰의 날’ 축사에서 내년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수사권 조정 협의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공사 재개와 원전 축소 정책을 권고한 신고리공론화위원회 모델을 따라 국민이 직접 수사권 조정의 큰 틀을 짜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두 기관의 자율적인 합의를 도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중립적인 기구가 어떤 성격을 가진 기구인지는 명확치 않다. 그러나 검찰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담은 김인회 교수와의 공저 ‘검찰을 생각한다’에 그 단초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 있다.

참여정부 당시 수사권 조정 작업은 2004년 9월부터 2005년 5월까지 ‘검경수사권 조정 협의체’, ‘검경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했다. 주체는 이해당사자인 검찰청과 경찰청이었다. 당시 두 조직이 협의를 통해 잘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사권 조정에 최종 합의는 없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에 대해 “인권 옹호기관인 검찰이 개입해야 한다”며 수사지휘권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고 경찰은 여전히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한번에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평행선을 이뤘다.

참여 정부가 수사권 조정 문제를 국가기관 간의 권한 배분의 문제로만 국한해서 접근하고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는 접근이 부족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평가다. 수사권한의 총량이 감소하고 수사가 인권 친화적으로 바뀌지 않는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고 결국 이해당사자인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가 계속될수록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경찰과 검찰에 인권 친화적 개혁을 꾸준히 강조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이 스스로 경찰개혁위원회와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킨 의미를 제대로 살려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경찰 스스로 경찰의 명예를 드높이는 계기로 만들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수사권 조정은 사법경찰관의 수사지휘권 배제와 검사의 영장청구권 삭제 등 형사소송법과 헌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만큼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부분이 크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수사권 조정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논의나 추진도 범정부적인 기구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신고리공론화위에서 그 효능을 확인한 ‘숙의제 민주주의’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이번 공론화위의 결정을 ‘한층 성숙한 민주주의‘이자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반대 의견을 배려한 보완 대책까지 제시하는 통합과 상생의 정신을 보여줬다“면서 “갈수록 빈발하는 대형 갈등 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사권 조정은 신고리 원전 재개 결정과 달리 법적인 지식과 설계가 포함돼야 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신고리공론화위 처럼 전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결정에만 맡겨질 가능성은 적다. 법조계 전문가들과 학계가 국민들의 판단을 돕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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