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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이 라마·석학들이 말하는 ‘감정과 건강’의 관계
달라이 라마와 세계적인 석학들이 나눈 ‘마음과 생명 대담’은 꽤 알려져 있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 30회 이상 이어져 오고 있는 이 대담은 매회 다른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과 달라이 라마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게 마음과 몸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룬 1990년의 제 3차 대화다. 감성지능 제창자인 대니얼 골먼을 비롯, 신경과학, 생리학, 행동의학 등 각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마음과 몸, 감정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눈 대화는 ‘힐링 이모션’으로 출간된 바 있다.

이번에 재출간된 책은 분노와 탐욕, 우울, 두려움,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과 평정, 우정, 기쁨, 행복감이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담고 있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이 중 마음과 신경계, 면역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신생연구 분야인 정신신경면역학자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면역계의 일상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새롭다.

신경계와 면역계의 작동방식은 비슷하며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몸의 신경계가 위험에 반사적으로 대응할 뿐만 아니라 감정과 상상, 욕망과 기억 등 내면의 삶과 정체성 등 내적감각이 존재하듯이,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일어나는 특별한 면역반응 외에 몸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면역계의 일상적인 활동에 주목한 것이다.

골수와 흉부에서 생성된 면역세포인 B세포와 T세포는 우리 몸속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다른 세포와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 기능적 연결망을 통해 우리 몸은 통합된 정체성을 갖는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단순히 외부 병원균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반작용이 아니라 능동적인 구조를 만들어 한 계통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인지적인 기능이란 것.

프란시스코는 “몸은 그 자신을 위해 통제력을 수반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며, 언어적으로 구성된 나의 의식적인 개입 없이 가능한, 어떤 중요한 의미에서 그것이 바로 ‘나’라고 까지 규정한다.

위스콘신대 감정신경과학연구소의 책임자인 클리퍼드 샤론은 좌뇌와 우뇌의 활성화 정도가 기질을 결정하며, 면역계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들려준다.

마음챙김명상을 현 의료계에 적용해 화제가 된 존 카밧진의 다양한 사례도 눈길을 끈다. 피부세포가 너무 빨리 자라 피부의 어떤 부분이 얇아지거나 온몸에 버짐이 번지는, 흔히 마른버짐이라 불리는 피부질환 환자에게 자외선 치료와 함께 빛이 피부에 닿아 세포의 성장이 느려지는 이미지를 그리는 명상을 적용한 결과, 자외선 치료만 한 그룹에 비해 회복속도가 훨씬 빠르게 나타났다. 면역계의 기능에 마음이 작용한 결과다.

타인을 용서하고 연민을 베푸는 일이 결국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베풂이라는 결과를 보여주는 실험 등 달라이 라마와 최신 과학의 만남을 통해 몸과 윤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다가갈 수 있다. 90년대 이뤄진 대담이 얼마나 선진적이고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지 새삼 발견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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