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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핸드백 사랑을 오롯이1006개 우리말에 담다
마치(옆판), 구치(입구), 우라(안감), 아테(단), 오쿠리(톱니), 마토메(합봉)…

가방을 만들 때 제조 현장에서 쓰는 일본 말이다. 가방 뿐 아니라 각종 제조 현장에서 쓰는 말 가운데는 일본 용어가 상당수다.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속성상 말 버릇이 그대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지만 이를 바꾸려는 업계나 학계의 노력이 없는 것도 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세계 럭셔리 핸드백 제조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토종 글로벌 기업 시몬느가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과 함께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핸드백 용어사전’(커뮤니케이션북스)을 펴냈다.


핸드백 제작 전문가와 언어·출판 전문가가 2년4개월 힘을 합친 결과로, 핸드백 제조 현장을 1006개의 올림말로 담아냈다.

흔히 가방이나 옷 제조 현장에서 듣게 되는 ‘나라시’라는 말은 원단이나 안감, 보강재 따위를 일정한 너비로 고루 펴서 쌓은 뒤 자르는 일로, 이번에 ‘고루펴기 재단’으로 표제어를 삼았다. 가죽이나 원단 두 장의 겉면을 마주보게 겹친 뒤 시접을 두고 박음질하는 ‘쓰나기’는 ‘맞박기’로, 일상에서도 자주 쓰는 ‘와쿠’는 ‘모양틀’로 다듬었다. ‘아플리케’(덧붙이기)처럼 일본말 뿐 아니라 영어식 표현도 우리 말이 자연스러운 건 바꾸어 올렸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우리말로 바꾸기보다 현장의 소통을 중시해 글로벌화에 맞는 효율적인 용어를 표제어로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사전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어 표제어와 함께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로 설명을 풀어쓴 점이다. 이는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제조공장 근로자들을 위한 배려로, 글로벌 사전으로도 기능이 가능하다.

이 사전은 가방의 어원부터, 다양한 가방의 종류, 가방의 각 부위, 원단의 종류와 재단법, 기술 등 가방을 만드는 전 과정을 세세한 설명과 사진을 곁들여 한 권으로 가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이상의 가치가 있다.

“핸드백에 대한 열정을 가진 전 세계 장인들에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박은관 시몬느 액세서리 컬렉션회장의 핸드백 사랑을 오롯이 담아낸 사전은 향후 지속적으로 보완된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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