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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前대통령 초상화 걸지마” 민원 빗발…난감한 역사박물관
“역사 기록…초상화 전시해야”에
“탄핵 대통령…합의 거쳐야” 팽팽


직장인 이정우(33) 씨는 최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어둔 상설 전시관에 이명박 전 대통령 초상화 옆자리가 비어있었던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답을 알 길이 없었다.

이 씨는 “이 대통령 이후 벌써 대통령이 2명이나 나왔는데 공백으로 두는 것이 이상했다”며 “박 전 대통령은 파면을 당했기 때문에 초상화가 없는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초상화는 왜 없는지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반 년이 훌쩍 넘은 가운데 일부 공공기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역사 전시 여부를 두고 난감해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애초 박 전 대통령의 원래 퇴임 시기인 내년 2월에 맞춰 초상화를 걸고자 이 전 대통령의 옆자리를 비워놨다. 역사박물관 원칙상 현직 대통령의 초상화는 걸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탄핵되면서 박물관 측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상 탄핵된 대통령의 역사물 전시에 관한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물관 측은 내부적인 논의 끝에 “박 전 대통령도 대통령직을 수행한 사람이었다”는 의견을 반영해 박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조만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지 말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어 박물관 측도 난감해 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방문객들의 구두 민원은 물론 온라인상으로까지 박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지 말라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기록과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고 보존하는 국가기록관에도 비슷한 논의가 오갔다. 국가기록원 대통령 기록관엔 역대 대통령의 사진과 연혁을 시간 순으로 전시하고 있다. 현재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전시물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면 기록관 측은 보통 대통령 퇴임 1~2개월 내 전시물을 준비해 설치한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 발생하면서 기록관 측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기록관 측도 논의 끝에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소개 및 연혁을 보여주는 전시물을 이르면 연말에 설치하기로 했다.

탄핵된 대통령의 역사를 전시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종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잘잘못을 떠나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으로 봐야 한다”며 “근시안적으로 이 사안을 보지 말고 엄연한 역사의 한 장이라고 생각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역사는 지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파면되는 순간 대부분의 예우도 박탈되는 만큼 탄핵된 대통령의 대한 전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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