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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는 자기소개서 만들라고? 북극체험 이라도 해야하나…”
일부기업 ‘스펙타파’ 새 전형 물의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공기업ㆍ공공기관 채용에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한 가운데 사기업에서도 스펙 타파를 앞세운 새로운 채용 전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정부가 학연ㆍ지연ㆍ혈연ㆍ외모 등 차별적 요소를 채용 기초심사 자료로 요구하지 못하게 하는 채용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사기업이 도입한 스펙 타파 전형의 실상은 특별한 소수만 쌓을 수 있는 고스펙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와 취업준비생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H기업은 미래전략인재전형이라는 전형을 신설하면서 ‘※학생대표, 동아리대표, 어학연수, 국토대장정 등 평범한 경험을 하신 분들은 제외’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해당 공고는 대학생 대부분이 도전하는 활동을 평범하다고 명시하면서 ‘진짜 보통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들만 지원해달라’고 공지했다.

이를 본 취준생들은 대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대다수 활동을 제외하면 뭘 해오란 말이냐며 기가 막혀했다. 

H기업 채용 홈페이지. 학생대표, 동아리대표, 어학연수, 국토대장정 등 평범한 경험을 하신 분들은 제외라고 명시돼 있다.

취업준비생 유모(25) 씨는 “대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일반적인 활동을 통해선 특별한 능력을 기를 수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남ㆍ북극에 다녀오면 특별하고 팔도대장정을 하면 평범한거냐”고 분개했다.

특히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 하반기 공채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 취준생의 실망이 크다. 지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공채에 도전한 이모(29) 씨는 “요즘은 나이가 스펙 아니냐. 20대 후반인 나이가 걸리던 차에 경험과 실무능력 중심인 채용이 늘어난다고 해 기대했는데, 피부로 느껴지는 큰 차이는 없다”며 ”어차피 성적증명서나 졸업증명서를 면접 전형 중에 제출하라는 곳이 많은데, 학력이나 생년월일이 다 드러나지 않겠냐. 시늉만 내는 것 같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 기업 측은 채용과정을 다변화해 선발해서 실무적으로 회사가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뽑기 위한 취지이므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H기업 측은 논란이 된 채용 공고에 대해서 “표현 때문에 애매할 수 있지만 학생대표를 했고, 국토대장정을 한 사실 자체를 내세우며 특별함을 주장하는 자소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기존 채용 전형을 통해 대다수 인원을 뽑고 있으니 일반 지원자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사기업 채용은 블라인드 의무가 없는 자율 영역이다. 정부가 사기업에 스펙타파, 블라인드 채용을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공기업ㆍ공공기관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해 민간 기업으로 확산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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