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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루 아라비카, 고온·병충해와의 사투
[리마(페루)=고승희 기자]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동쪽으로 10시간. 가파른 절벽을 따라 안데스 산맥을 넘어서면 천혜의 환경을 품은 열대 우림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풍광의 셀바(Selvaㆍ정글) 지역은 페루의 주요 커피 산지다. 정글의 시작을 알리는 ‘아마존의 관문’엔 페루 커피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찬차마요(Chanchamayo)시가 있다. 해발 2000m에서 재배되는 “최상급 품질”(로사 투르히요 AMPA 프로젝트 매니저)의 유기농 아라비카 커피로 유명한 곳이다.

페루 농업부에 따르면 커피 산지는 ‘하이 정글’(High Jungle)을 따라 위치한다. 에콰도르 국경에서 볼리비아 국경까지 이어지는 10여개 지역이다. 무려 42만 헥타르(4200㎢). 일본의 수도인 도쿄의 두 배에 달하는 크기다. 페루를 포함해 양옆으로 자리한 나라들과 브라질, 그 위로 멕시코까지 다다르는 이 지역은 ‘지구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커피 벨트’다. 남북 회귀선 사이로 자리잡아 커피 생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이 곳 중남미에서 전 세계 커피 시장의 80%에 달하는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지금 이 땅에 ‘위기’가 닥쳤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은 “2050년까지 평균 지표면 온도가 2℃ 이상 상승할 경우 중남미 커피 생산량은 현재보다 73~88%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미 3위의 커피 생산국이자, 세계 유기농 커피 수출 시장에서 2위를 점하고 있는 페루도 마찬가지다. 


아라비카 커피의 위기…“재배지 줄고, 병충해 들끓고”=페루산 유기농 아라비카 커피의 위기다. 벤자민 키한드리아(Benjamin Quijandria) 페루 농업부 차관은 “지난 50년간 관찰한 결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커피 생산량과 공급량이 현격히 줄어들었다”며 “커피 산지의 평균 기온이 2℃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농민들도 ‘커피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아마존 지역 보호단체인 AMAP(Amazonicos por la Amazonia)의 로사 투르히요(Rosa Trujillo) 프로젝트 매니저는 “엘니뇨 등의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생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0~20년 전과 비교해 품질, 생산성, 가격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확인해줬다.

농업부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두드러지게 나타난 문제점은 두 가지다. ▷커피 재배 지역의 이동 ▷ 병충해 발생 등이다. 페루의 커피 산지인 셀바 지역은 낮은 정글과 높은 정글로 나뉜다. 페루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 종의 경우 해발 1000~2200m 사이에서 재배된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기온 상승으로 농민들은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하고 있다”며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이 줄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기온 상승의 영향으로 기존 산지에선 커피 재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 페루본부의 기후변화 대책 프로그램인 ‘아미까프(AMICAF) 프로젝트’에 따르면 페루 남동부에 위치한 마드레 데 디오스(Madre de Dios) 지역에서 커피는 ‘2050년 사라질 작물’로 이름을 올렸다.

곤잘로 데하다 UN FAO 페루본부 지역조정기술관은 “커피 산지에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작물의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커피도 2050년엔 이 지역에선 재배할 수 없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온상승과 가뭄 등의 기후변화가 가져온 또 다른 문제는 병충해의 습격이다. 페루에선 아라비카 품종 중 원종에 가까운 티피카(Tipica)의 재배가 70%로 가장 많다. 티피카 품종은 맛은 탁월하나 생산량이 적고, 병충해에 약해 다른 나라에선 재배가 드물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2012년 말부터 남미에선 커피 녹병의 발생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커피 녹병은 커피 잎에 노란 반점이 생기는 병충해다. 노란 진균의 습격으로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고급 커피’는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페루 농업통계국에 따르면 당시 42만5000헥타르의 농지 중 26만 헥타르가 피해를 입었고, 9만3000헥타르의 농지가 사라졌다. 2014년은 해발 1200m에서 커피 재배에 가장 치명적인 바구미 역병이 돌았다. 생산량은 19만3200톤에 그쳤다. 로사 투르히요 매니저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커피의 품질도 떨어지고, 병충해 발생으로 생산량에 타격을 입어이 시기 커피 생산자들은 파산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떠올렸다. 


커피 재배지 개조ㆍ온실가스 배출 줄이는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커피 재배 지역의 소규모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페루에선 정부가 나섰다. 커피 녹병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8만 헥타르의 농장을 대상으로 커피 재배지 재생을 위한 신용 프로그램(Program for Credits for the Renewal, PNRC)을 진행 중이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현재까지 3만 7000헥타르 개조에 성공했고, 2021년까지 모든 재배지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을 위한 ‘국가적 노력’도 있다. 페루의 국립커피협회 , 농림수산부, 국립산림서비스가 함께 진행하는 나마(NAMA:Acciones Nacionales de Mitigacion Apropiadas) 카페 프로젝트다. 페루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커피 재배 지역의 확산은 산림 파괴를 야기했고, 그 결과 온실가스의 증가를 가져왔다. 이상 기온의 원인 중 하나다.

나마 프로젝트의 호르헤 엘리엇(Jorge Elliot) 시장 분야 책임자는 “까하마르까, 산 마르틴, 후닌, 쿠스코의 네 지방에서 발견한 문제와 정보를 바탕으로 커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생산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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