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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작은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두바이, 흡연구역 찾아 삼만리…“불편해도 지켜야죠”
대형쇼핑몰 인근에선 무조건 금연
공공장소 모든 지역 금연구역 추진
몰래 피다간 어마어마한 ‘벌금 폭탄’

[두바이(UAE)=이현정 기자]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두바이의 한 유명 쇼핑몰 앞. UAE의 최대 쇼핑몰로 알려진 만큼 다양한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로 쇼핑몰 입구는 쉴새 없이 붐볐다. 그러나 쇼핑몰 입구 인근엔 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No Smoking(흡연금지)’이라는 경고문이 부착된 기둥만 여기저기 보일 뿐이었다.

쇼핑몰 앞의 건널목을 건너 300m 가량을 걸어가니 흡연자 서너 명이 눈에 띄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작은 공중 재떨이 앞에 선 이들은 섭씨 4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견디기 어려운 듯 허겁지겁 담배를 태우고선 사라졌다.

이 곳은 쇼핑몰 측이 지정한 흡연 지정구역이었다. 두바이 현행법 상 식당,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선 흡연이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외부 공간에선 흡연이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형 쇼핑몰 인근에선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흡연 지정구역에서만 담배를 필 수 있는 것이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두바이 유명 쇼핑몰 내 지상 주차장에 만들어진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이 허락되지 않은 곳에서 담배를 피다 적발될 경우 200AED(한화 6만2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슬람 최대 금식 기간인 라마단 동안에는 어떤 곳에서도 흡연할 수 없고, 적발 시 원래 벌금의 두 배가 훌쩍 넘는 500AED(한화 15만4000원)의 ‘벌금 폭탄’을 맞는다.

해당 쇼핑몰의 경우 흡연 구역이 단 네 군데로 한정되어 있다. 몰 입구에서 300m나 떨어진 흡연 구역이나 외부와 연결된 지상 주차장의 일부 공간 등에서만 흡연이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관광버스의 대기 장소까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 몰 관계자의 설명이다.

몰 관계자는 “버스 정차 구역이 외부 공간이긴 하지만 버스를 타고 내리는 관광객들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배 한 개비를 피는데 보통 3분이 걸리는데 그 시간조차 비흡연자에겐 고역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쇼핑몰들의 흡연 정책도 마찬가지다. 대개 쇼핑몰의 출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외부와 연결된 지상 주차장의 일부를 흡연 구역으로 지정해놨다.

흡연 지정구역을 찾아가는 것이 귀찮지만 엄격한 금연 정책을 이해한다는 것이 흡연자 대부분의 반응이다.

이집트인 직장인 아흐마드 사이트(26) 씨는 “몰 바깥에서도 마음대로 담배를 피지 못하고 더운 날씨 속에서 흡연 장소를 찾아야 하지만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록 내가 흡연자이지만 금연자의 권리를 우선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력한 금연 정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흡연자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UAE 정부가 현재 지정되어 있는 흡연 구역마저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UAE 정부의 금연정책위원회는 얼마전 공공장소의 전 구역을 “100% 금연 지역”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금연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쇼핑몰, 식당,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흡연 지정구역마저 폐쇄하는 것이다. 금연법이 이같이 개정된다면 UAE 흡연자들은 개인 소유의 공간에서만 흡연이 가능할 것 전망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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