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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작은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냄새 차단도 에티켓”…진화하는 日 흡연문화
몸에 밴 담배냄새도 ‘민폐’로 규정
올림픽 맞춰 모든거리 ‘금연구역’ 지정

[도쿄(일본)=유오상 기자] 일본의 한 대형 IT 기업에 근무하는 키지마 지로(30) 씨는 요즘 가방에 휴대용 재떨이와 함께 탈취제를 챙긴다. 사무실 옆에 마련돼 있는 실내 흡연실에도 환풍기와 함께 회사에서 갖춰놓은 탈취제가 있지만, 자주 외근을 해야 하는 키지마 씨에게 회사 차원에서 탈취제를 챙기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회사 안에서도 담배냄새를 풍기지 말자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었다. 냄새뿐만 아니라 흡연할 때 옷에 묻는 유독물질을 없애기 위해 사무실에 곧장 들어오지 말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졌다. 이른바 ‘3차 흡연’차단까지 사무실 에티켓에 포함한 것이다.

키지마 씨는 “회사 건물 뒤에 야외 흡연구역이 추가로 생겼다”며 “아예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냄새를 없애고 나서 사무실에 들어가는 게 어른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의 중심지역인 치요다구는 거리 대부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사실상 길거리 흡연을 금지했다. 위반할 경우에는 과태료 2000엔을 부과한다는 경고문도 거리 곳곳에 붙어 있다.

실내흡연이 여전히 허용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던 일본의 흡연문화가 점차 깐깐해지고 있다. 특히 간접흡연 피해가 문제가 되면서 자치구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설정되는 등 길거리 흡연 금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도쿄 중심가 중 하나인 치요다구는 거리 대부분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사실상 구 전체에서 거리 흡연이 불가능하다.

현장에서 적발될 경우에는 2000엔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다른 자치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담배연기뿐만 아니라 담배를 피우고 버리는 꽁초와 담뱃재도 주요 ‘메이와쿠(민폐)’ 사항으로 규정돼 흡연자들이 직접 휴대용 재떨이를 들고 다니는 경우가 대다수다.

도쿄도청 관계자는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편의점마다 붙어 있는 재떨이와 흡연구역도 없어진 곳이 많아질 정도로 흡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도쿄의 어느 거리든 아이들과 금연자가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거리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몸에 밴 담배 냄새를 ‘민폐’로 규정하며 금연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흡연자의 몸에서 유해물질이 나와 간접흡연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흡연 후 30분 동안 밖에서 담배 냄새를 뺀다는 ‘30분 규칙’을 자발적으로 지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처럼 금연문화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있다.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과 함께 공개석상에서 ‘흡연자는 대기오염의 주범’이라고 발언하는 등 일본 정치권 내 대표적 금연론자인 고이케 도지사가 강력한 금연정책에 나서면서 거리 흡연 문화가 점차 바뀌는 추세다..

지난달 29일에는 도쿄도 의회에 ‘미성년자 간접흡연 피해 방지를 위한 조례안’이 발표돼 미성년자가 있는 방이나 자동차 내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길거리 등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사적인 공간에서의 흡연까지도 제한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에 맞춰 대표적 흡연 문화인 실내 흡연에 대해서도 점포 면적에 따라 실내 흡연을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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