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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작은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내 멋대로 흡연은 공공의 적”…동남아 ‘흡연질서’ 정착
베트남·태국·싱가포르 국민들
‘해서는 안될행위’로 인식 선진화

[하노이ㆍ방콕=함영훈 기자]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에서 ‘제 멋 대로 흡연’은 공공의 적이다. 공공에티켓 전통과 거버넌스, 예절 관행이 조금씩 다르지만, 국민들은 ‘해서는 안될 것 같은 행위’,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알아서 지킨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생활문화는 어느 점에서 한국민 보다 우수한 면도 많다.

지난 18일 오전 6시 베트남 하노이 랑하거리의 인디라간디 호수공원은 운동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공원 초입에서는 아주머니들이 팝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했고, 곳곳의 공터에서는 젊은이들이 둘러 서서 베트남식 제기(따가오)를 차며 놀았다. 호수를 둘러싸고 1층엔 명상하는 사람들이 도열해있었고, 2층에는 조깅, 워킹족들이 많았다. 1,2층 트랙을 질서있게 이용하며 서로를 방해하지 않았다.

우리 같았으면 공원 어느 한켠에서 흡연자들이 둘러서서 끽연 했겠지만, 여의도 공원 만한 이 공원 내부는 물론 그 인근에서 흡연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뒤지는 동남아 국가에서는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태국 등에서는 옷깃이 스치는 것 조차 굉장히 미안해 하는 생활문화로 인해 골목안 담벽 등에서나 흡연자를 한 둘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베트남 남성 흡연율은 50%대를 넘어 우리나라(46%)보다 높은 세계 상위권이다. 그럼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인식 때문에 다중운집 장소에서는 대놓고 담배를 피지 않는다. 랑하 거리엔 금연표시가 거의 없었음에도 그 누구도 길을 걸어다니며 담배연기를 뿜어대지 않았다. 일부 끽연자들은 골목 안으로 살짝 들어가 손으로 담배를 감싸쥔 채 피웠다.

베트남은 2013년 5월부터 흡연질서 위반자에게 1만10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에선 “왜 나만 잡아요”라고 하소연하면 봐주기도 하지만, 베트남의 제재는 엄격하다. 재떨이 없는데서 흡연하면 ‘환경 원상복구’의무를 부과한다.

태국은 불교나라로서 전통적으로 담배를 멀리했다. 그럼에도 10명 중 2명은 흡연자이다. ‘메이와쿠’ 문화(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음)의 일본 보다 더 타인배려 정신이 강한 태국의 경우, 상대방이 사실 아닌 말을 해도 면전에서 만큼은 긍정적 반응을 보일 정도로 갈등요인을 완전히 회피한다.

옷깃이 스치는 것 조차 굉장히 미안해 하는 방콕 시민들은 거리를 활보하며 담배 피우지 않는다. 방콕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거의 다 한국,중국,일본인이다. 골목안 담벽 등에서나 태국인 끽연자를 한 둘 만날 수 있다.

40년 가까운 태국정부의 금연정책은 단호하다. 벌금은 무려 20만원. 담배갑 면적의 85%를 차지하는 흡연폐해 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혐오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범죄소탕과 무질서 퇴치를 시작으로 나라 재건에 나섰던 싱가포르 리콴유(1923~2015)의 ‘사회 정화’ 독트린은 50년이 지난 현재, 규제를 넘어 문화와 관습이 됐다. 싱가포르는 흡연 처벌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정확히 명시된 곳 외엔 모두 금연이다. 첫 적발에도 20만~50만원의 벌금을 문다.

싱가포르 국민의 질서의식은 민폐에 대한 회피가 아니라, 사회정화가 오늘의 부강을 담보했기에, 질서를 숭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노이에서 한국 관련 일을 하고 있는 회사원 뿌피훙(29)씨는 “베트남인들은 낯선 사람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그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면서 “전통 예절과 질서규범은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한국과 비슷한데, 한국은 좀 변한 것 같고, 베트남은 덜 변한 것 같다”면서 조심스럽게 동방예의지국의 퇴보를 꼬집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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