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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靑, 헌재소장 임명하라는 재판관 요구 어찌 생각하나
헌법재판소가 16일 재판관 8명 전체회의를 열고 공석중인 소장과 재판관 1명을 속히 임명해 달라고 촉구하고나섰다. 이들의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물론 헌재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가 초래된다는게 그 요지다. 헌재의 이같은 입장은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밝힌 ‘김이수 대행체제 유지’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최근 헌재 인사 파문과 야당의 국정감사 거부 등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재판관들의 누적된 불만이 터진 셈이다.

헌법재판관들이 소장 임명 등 대통령 인사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헌재의 위상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재판관들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재의 이런 우려는 당연하다. 특히 ‘김이수 대행체제’ 유지에 대한 청와대의 발표는 재판관들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할 정도로 진의가 왜곡됐다. 당시 청와대는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권한대행직에 동의했다”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관들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새 헌재소장이 오기 전까지의 대행 동의 일 뿐 내년 9월까지 간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한다. 헌재재판관들이 이날 회의를 소집해 새 소장 후보자 지명을 요구한 것은 이처럼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헌재재판관이 공개입장을 표명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것은 누가 뭐라해도 문 대통령의 오기에 가까운 고집 때문이다. 자신이 지명한 헌재소장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절차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문 대통령으로선 안타깝고 화가 날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회가 고유의 견제 권한을 행사한 일인 만큼 이를 받아들이고 새 소장을 조속히 지명하는 것이 상식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대행체제 유지’라는 꼼수로 대응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헌재재판관들의 뜻을 왜곡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화를 키운 꼴이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우선 헌재재판관들이 밝힌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이기 바란다. 그리고 차기 헌재 소장 지명 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의 수습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인터넷에 ‘김이수 힘내세요’를 집중 검색하게 하는 저급한 여론몰이에 대한 경고도 보낼 필요가 있다.

민주당도 여당다운 의연함을 보여야 한다. 헌재소장 대행체제가 ‘법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할 일이 아니란 것은 민주당 스스로 잘 알 것이다. 헌재소장의 편법적 대행체제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상식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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