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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라이프스타일 시대에 웬 규제?
“대형마트 문을 닫는다고 누가 전통시장에 가겠어요. 요즘 대형마트에 단순히 물건 사러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 몰에서 사는 게 제일 저렴한데 말이죠. 괜히 문 닫으면 놀러 갈 곳만 줄어드는 꼴이죠.”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8) 씨는 맞벌이 부부다.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놀러 갈 곳을 찾는데 요즘에는 백화점이나 아울렛, 대형마트 등으로 종종 놀러간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했지만, 그 결과는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쉽게 말해 대형마트의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에 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게 결론이다. 즉, 대형마트 가는 길을 막으면, 전통시장으로 흘러갈 줄 알았는데 이것은 오산이었다. 대신 온라인과 편의점 매출만 상승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화에도 전통시장 매출액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0년 유통업태별 매출액 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2015년 대형마트 127, 백화점 116, 슈퍼마켓 122, 편의점 211, 온라인 214으로 증가했지만 전통시장은 98로 유일하게 감소했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대형마트는 더 이상 각종 물건을 모아놓고 단순히 파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전반적으로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방향을 전환해 변신중이다.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 등을 복합적으로 모아 놓아야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비단 대형마트에 그치지 않는다. 백화점과 아울렛은 물론 패션 매장들도 일제히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당장 이달 19일에 문을 여는 롯데아울렛 고양점도 라이프스타일형 아울렛을 표방하고 나섰다. 아이들의 다양한 체험공간과 함께 유명 맛집을 대거 들여놔 가족단위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실제로 김 씨와 같은 가족단위 고객을 겨냥한 변신은 매출 향상에 기여해 성공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4대 전문관을 선보인 결과, 올 7월까지 매출이 전년에 비해 21.8%나 성장했다. 브랜드 중심에서 상품 중심의 편집매장 형태로 바꿨고,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강조해 효과를 거뒀다. 롯데마트 서초점 역시 고품질의 차별화된 신선식품과 소용량, 소포장 상품 확대, 패션 및 잡화상품을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운영하는 파격적인 매장 구성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정부는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2011년 이후 전통시장에 1조9138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하지만 전통시장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결국 전통시장, 대형마트,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규제로 판명됐다. 지난 5년 간의 적용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규제 보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이 절실할 때다. 

yeonjo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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