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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죽을때 후회하지 않을 ‘가족관계론’
“저 사람은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어떤 옷을 즐겨 입을까? 그리고 과연 나를 좋아할까?”

그렇게 밤잠 설치며 만났던 그 사람, 혹시 한 지붕 아래에서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무심한 가족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 확인하셨죠? 건강한 아들이네요. 축하합니다.”

그 아들이 걸음마를 하고 변기에 쉬를 했다고 기뻐하던 소소한 감격의 날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혹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아이가 이제는 떠올리기만 해도 속쓰린 존재가 돼 버린 것은 아닌가.

그 사람 덕분에 행복했고, 그 아이 덕분에 웃음 넘친 시간이 많았다. 지금 우리 삶을 되돌아보자. 그 사람 때문에, 그 아이 때문에 속상하다는 말을 하루에 몇번 하고 사는지….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다. 바쁜 일과로 저녁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한 날이었다.

퇴근 후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하던 필자에게 아들이 물었다. “엄마, 지금 뭐하는 거예요? 거울 좀 봐요.” 정신없이 야채를 썰다 거울 속 모습에 눈물이 확 쏟아졌다.

재킷을 입고 백팩을 멘 채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앉기는커녕 가방을 벗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초라해진 감정을 감추고 준비한 저녁 식사. 남편과 아들이 “엄마는 요리에 참 재능이 없지?” 우스갯소리로 한 농담은 한없이 초라해진 필자의 화를 돋웠다. ‘지금 화를 뱉으면 3시간 후 우리 집은 엉망이 되겠지’라고 상상하며 참았다. 재빨리 설거지를 끝내고 집을 나왔다.

하지만 청춘의 추억을 담은 음악과 함께한 산책마저 힘든 속내를 달래 주지 못했다.

‘오늘 하루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할 좋은 방법은 없을까?’ 집에 돌아와서도 고민은 계속됐다. 그러다 어딜 다녀왔냐며 걱정하는 아들을 꼭 안으며, 가족 모두 화목한 저녁을 함께할 수 있는 혜안을 떠올렸다.

다음날부터 일주일 식단을 냉장고에 써 붙였다. 모두 좋아하는 고기 먹는 날, 혈관에 좋은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한 생선 굽는 날, 신선한 ‘샐러드 데이’, 아들이 좋아하는 새우 찌는 날.

식단의 콘셉트는 영양이었지만, 그 속에는 소중한 가족 화합의 뿌리가 숨어 있었다. 저녁 식사에는 코멘트를 달았다. “가족들의 도움을 요함, Menu will be changed!” 그로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식탁은 맛보다 화목이 함께한다.

아들은 고3 때에도 멋진 스테이크나 해산물볶음 한 접시를 척척 해내며 학업 스트레스를 풀었다. 필자는 설명서를 정독하며 겨우 라면을 끓이던 남편이 가끔 양파를 썰면 그의 불거진 정맥에 박수를 친다. 프라이팬을 흔드는 장성한 아들의 남성미에 “완전 멋져”라며 환호성을 지른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분노의 순간이 있다. 가장 어리석은 행동 중 하나는 밖에서 맞은 뺨의 분노를 소중한 가족에게 뱉는 오류다. 돌이켜 보면 가방 메고 밥을 한 그날, 계획한 톱니바퀴가 맞물리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으로 퇴근 후 가장 소중한 가족을 만나면서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돼 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남편의 농담을 화살로 받던 ‘찌질했던’ 속내가 부끄럽다. 가족은 맛 좋은 밥상보다 따스한 엄마와 아내의 웃음을 원했을 것이다.

필자는 오늘도 그날을 교훈으로 삼는다. 순간적인 서운함이 있더라도 아들과 남편에게도 무언가 힘든 오늘이 있었으리라 여기며, 세상 가장 넓은 엄마, 따뜻한 아내가 되려 노력한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인연들에게 죽을 때 후회할지 모르는 순간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말이다.

최고의 남편, 최고의 아들, 행복한 가정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먼저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돼 주면 그들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왕과 왕비로 만들어 주는 변치 않는 공식을 항상 기억하는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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