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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빨리 늙어가는 대한민국…20년 후엔 ‘성장률 0%’
<한은 ‘인구구조 고령화의 영향…’ 보고서>

기대수명 길어지는데 출산율은 하락
생산가능인구 10년새 年 0.1%p씩 감소
경제활력 갈수록 떨어져 국가운용 부담
미래세대 위해 장기적·거시적 대책 시급

대한민국의 노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기대수명은 의학 발전 등으로 높아지면서다. 당장 내년부터 고령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5년에는 20%가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 유력하다.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단순히 노인이 늘어난다는 차원을 넘는 문제다.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경제성장률은 물론 소비, 경상수지, 물가 등 거시경제 변수가 영향받는다. 금융, 주택, 노동시장, 산업 구조 등 경제 전반에도 적잖은 변화를 초래한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 경제의 20~30년 후 모습은 어떨까.

한은이 최근 발간한 ‘인구구조 고령화의 영향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20~30년 후 모습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경제성장률 뚝…여성 경제참가 늘려야=고령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매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화로 노동공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15~64세)이 2015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00~2015년 3.9%였던 경제성장률은 2016~2025년 1.9%로 반 토막 난다. 10년 뒤인 2026~2035년에는 0.4%로 0%대 성장률 단계로 접어든 후 2036~2045년에는 성장률이 ‘제로(0)’가 된다.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고령화의 부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은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데다 은퇴 후 근로 소득 감소와 함께 소비가 위축되는 신흥국의 소득ㆍ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은퇴시기를 5년간 지연하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0.4%포인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국(OECD) 평균으로 올리면 향후 20년간 연평균 0.3~0.4%포인트 성장률 하락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지난해 수준인 2.1%로 유지해도 향후 10년간 연평균 0.4%포인트, 그 후 10년은 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도 늙어…경제활력 저하=물가상승률은 고령화 진행에 따라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장기 인플레이션을 추세적으로 하락시키기 때문이다. 한은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매년 1%포인트 하락할 때 2020년 이후 인플레이션 장기추세는 0.02~0.0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2015년 인플레이션 평균인 1.4%를 정상상태로 설정할 때 2016~2025년 생산가능인구가 72.5%에서 71.1%로 줄어들면 물가상승률은 평균 1.5%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2035년에는 1.4%, 2036~2045년 1.3%, 2046~2060년에는 1.2% 등 10년 새 연평균 0.1%포인트씩 하락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가 관리를 할 때 수요 관리정책으로만 대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구조개혁 및 경제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저축 여력 급감…자산시장 ‘치명타’=인구 고령화는 가계의 자산구조에도 영향을 준다. 고령층은 은퇴 후 소득 기반이 약하다 보니 저축을 줄일 수밖에 없어 가계저축률은 낮아진다. 한국은행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령인구 비중이 2015~2018년간 12.8%에서 14.3%로 늘면, 저축률은 8.91%에서 7.3%로 1.6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어가는 2027년(22%)에는 가계저축률이 -0.99%로 마이너스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즉 2020년 후반부터는 가계가 저축하기보다 이미 축적한 자산을 까먹으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현금이나 예금, 보험이나 연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늘어나는 반면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자산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빈집 늘고 헬스케어 산업 뜨고=주택수요 역시 인구구조가 고령화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노후 생계비 마련이 충분하지 않은 일부 고령가구가 소득보전을 위해 주택을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가구의 감소로 이들의 주택 수요가 약화된 가운데 노년층의 주택 매각으로 공급이 늘어나면 주택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의 주택수요를 100이라고 볼 때 2020년은 107로 연평균 1.7%씩 늘었다. 하지만 2025년(지수116.9)에는 1.5%, 2030년(122.6) 1.2%, 2035년(129.1) 0.8% 등 해가 갈수록 주택수요 증가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구조 역시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특히 서비스업 중에서 보건ㆍ복지업, 사업서비스업 등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의 핵심축인 수출은 고기술 업종 중심으로 수출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욱 한은 경제연구원장은 “고령화 문제가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은 의심할 바 없다”며 “고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꾸준히 시행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 돌이키기 어려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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