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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부격차 왜 자꾸 커질까… 그 불편한 진실

  • 기사입력 2017-10-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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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학자 미즈노 가즈오
주식회사 구조적 시스템이 불평등 부추겨
기업, 노동자 임금 깎아 주주들 이익 챙겨
각국 성장중심의 경제정책 통렬하게 비판


오스트리아 역사학자 발터 샤이델
전쟁 등 값비싼 대가 치를 때 ‘富의 평준화’
토지개혁·민주화 등의 평준화 기여설 반박
평화 지속될수록 격차 커지는 딜레마 규명


2014년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표면화하고 작동 원리를 제시함으로써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피케티는 자본 상위 10%가 항상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다는, 소위 돈이 돈을 낳는 자본의 속성을 입증해 관심을 모았다. 피케티는 이를 “주주와 경영자가 금전등록기에 손을 슬쩍 집어넣어 돈을 부당하게 빼가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자그마한 물결에 지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멈추거나 거스를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21세기는 성장의 시대가 아니다. 성장을 목표로 삼는다면 21세기의 흐름과 완전히 어긋나고 만다. 앞으로 70년은 22세기의 성패가 좌우되는 시기다.”(‘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 경제학자이자 제로 성장론자 미즈노 가즈오는 이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주식회사란 시스템을 지적한다.

그는 신간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에서 일본경제산업성의 2014년 ‘지속적 성장을 위한 경쟁력과 인센티브;프로젝트 보고서를 인용, 각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글로벌 투자자에게 최소한 8퍼센트를 웃도는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달성할 것을 약속했다는 점을 제시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988년부터 1999년까지는 부가가치가 증가하면 인건비도 노동소득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2000년 부터는 노동소득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가즈오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노동자가 받아야 할 이익의 누계가 대기업에서만 43.7조엔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 사라진 돈이 바로 피케티가 말한 ’금전등록기‘속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가즈오는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을 깍아 주주들의 이익을 챙기도록 부추키는 원인을 주식회사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에서 찾는다.

이는 최초의 주식회사인 1555년 영국에서 탄생한 머스코비 회사의 특징에서 나타난다. 국왕으로부터 모스크바대공국과의 무역 독점권을 얻어 설립된 이 회사는 주주의 유한책임을 내세웠다. 투자자들의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유리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식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과 패러다임에 주목한다. 현재의 주식회사가 일반화된 시기는 근대, 특히 19세기 중반 이후 ‘철도와 운하의 시대’가 열리면서다. 철도를 따라 거대 산업자본이 요구되면서 거액의 자본을 조달해야 했던 기업가와 높은 수익을 추구하던 자본가가 ‘주식회사’란 형태를 선택한 것이다. 이후 주식회사는 과학과 기술을 활용, 시장을 넓히면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해왔다. 그 결과, 생활수준은 비약적으로 향상됐지만 20세기 말 시장이 유한해지면서 성장이 멈추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각국은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이젠 성장 그 자체가 수축을 낳는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가즈오의 대안은 21세기형 주식회사의 탄생이다. 시장이 무한했던 근대가 아닌, ‘닫힌 공간’‘제로성장’의 시대였던 중세와 근대의 혼합모델이다.

우선, 근대 시스템의 토대가 된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합리적으로’의 사고를 중세의 ‘더 여유롭게, 더 가까이, 더 관용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더 여유롭게’를 기업에 적용하면 이익 감축을, ‘더 가까이’는 현금배당을 그만두는 것이다. 이익 감축이 충분하다면 기업 경영자는 ‘더 여유롭게’ 기업의 앞날을 생각할 수 있다. 도요타가 2015년 5년동안 양도나 환금을 할 수 없는 신주를 발행한 게한 예다. ‘더 관용적으로’는 기업과 개인이 각각 알맞은 책임과 세금을 분담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오스트리아 출신의 역사학자 발터 샤이델의 ‘불평등의 역사’는 무엇이 인류의 역사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축소시키는데 기여했는지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다.

저자의 탐색에 따르면, 빈부격차의 실질적 축소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결과다. 바꿔 말하면 폭력과 무력에 의해서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평준화의 규모는 대부분 폭력의 규모와 정비례했다. 무력을 더욱 많이 투입할수록 평준화는 그 만큼 더 많이 이뤄졌다. 한 예로 엄청난 살육과 파괴를 불러온 제1,2차 세계대전은 일본을 비롯,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주요국의 소득과 부의 격차의 평준화에 전적으로 기여했다. 일본의 경우, 1938년 1퍼센트가 총 신고 소득의 19.9퍼센트를 벌어들였는데 그 다음 7년 안에 점유율은 6.4%까지 곤두박질쳤다. 두 세계대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프랑스는 1920년대 중반 무렵 최대 0.01퍼센트의 재산의 평균 가치는 전쟁 이전 수준에 비해 4분의 3이상 떨어졌다. 


저자는 전쟁이 강력한 평준화 수단이라는데 예외는 없다고 단언한다.

흔히 토지개혁이나 경제 위기, 민주화 및 경제발전 등이 평준화에 기여했다고 여겨지지만 저자는 조목조목 이를 반박한다.

토지개혁은 본질적으로 폭력과 연관되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 폭력이 개입되고 성공해도 얼마 지속되지 못했음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상기시킨다.

경제 위기 역시 평준화의 중요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역효과를 낸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민주주의 제도의 팽창은 평화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럴싸한 후보이지만 고대 아테네식 민주주의의 진화가 대중 동원 전쟁과 얽혀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서구 국가들이 20세기 상반기 특정 시점에 선거권을 확대한 것은 양차 대전의 충격과 연결돼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민주화가 물질 자원 분배에 평준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어떤 과정이든 부분적으로는 전쟁의 압력에 의해 촉발됐다는 것이다. 평화가 오래 지속될 수록 빈부의 격차가 커지는 역사의 딜레마를 저자는 냉철하게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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