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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IMF 외환위기 20주년을 맞는 자세
영화 ‘라쇼몽(羅生門)’을 만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또 다른 걸작으로 ‘7인의 사무라이’가 있다.

이 작품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구로사와를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내용은 일곱 명의 사무라이가 도적떼의 습격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내는 통상의 권선징악이다.

그렇지만 마을을 위기로부터 지켜내는 과정에서 일곱 명의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기막힌 ‘콜라보’(협업)가 20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지루할 겨를이 없게 한다.

조직이 위기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문제를 해결해 가는 모습은 여러 가지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사람의 리더십이 주효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러 사람의 의견과 판단을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해결을 시도한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팀플레이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위기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선 관련 당사자들이 합심해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011년 1월 발표된 미국 의회 금융위기조사위원회의 결과보고서는 금융규제기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피할수도 있었지만 결국 피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그 원인의 하나가 위기대응을 담당했던 기관간의 정책공조 부족으로 체계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시절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발족했다.

재무부, 연방준비위원회(FRB),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한 팀으로 모여 금융안정을 협의하고 금융위기 가능성에 긴밀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법률상 협의체를 마련한 것이다.

규제개혁을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금융안정을 위한 기관간 팀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금융규제개혁 권고안’에는 규제기관 간의 공조와 정보공유를 촉진하기 위해서 FSOC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럽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유럽중앙은행(ECB)과 개별 국가의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가 참여하는 ‘유럽시스템리스크감시위원회(ESRB)’를 설치했다. 이 역시 한 두 국가나 기관만으로는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는 냉철한 자기반성의 결과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올해로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지 20년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뼈저린 반성과 각고의 노력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과 체질개선을 이루어냈다.

2013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실시한 금융부문 평가프로그램(FSAP) 결과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해 취약성이 크게 개선되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계부채, 양적완화축소, 북한리스크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대내외 리스크요인들은 여전히 상존해 있다. 언제 있을지 모를 위기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금융안전망을 구성하는 기관들이 참여해서 팀웍을 발휘할 수 있는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할 필요가 있다.

과거는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과거가 주는 교훈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금융시스템을 보다 튼튼히 하는 길을 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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