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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감 확보 위해서라면…20년만에 벌크선 수주 나선 삼성중공업
- 팬오션 VLOC 수주전, 삼성중공업ㆍ中 조선업체 ‘가격 경쟁’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극심한 일감 절벽에 직면한 국내 조선사들이 수익성이 높지 않아 외면해 오던 벌크선 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년 만에 벌크선 수주전에 뛰어들었고, 현대중공업은 최근 대규모 수주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정부의 자금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벌크선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어 수주 여건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사인 팬오션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그리고 중국 조선업체들과 지난달부터 진행해온 초대형광탄선(VLOC) 수주 협상을 이달 중 완료할 계획이다. 팬오션은 32만5000DWT급 4척을 발주해 오는 2019년까지 인도받을 예정이며 동형선 2척에 대한 옵션계약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주된 VLOC는 팬오션이 브라질 최대 광석기업 발레로부터 철광석, 석탄 등을 공급받아 한국 등으로 운송하는데 사용될 전망이다. 발레는 해외 주요선사와 운송계약을 맺은 선박들이 노후화한 탓에 안전사고를 우려해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등 해운사 7곳과 광석운반선을 신규 선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이달 중 벌크선 발주 관련 계약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발레와 전용운송계약과 관련한 구체 가격 등이 결정되면 조선사들과도 계약이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수주전을 삼성중공업과 중국 조선업체간 경쟁 구도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미 벌크선 건조 일감을 확보한 상태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최근 폴라리스쉬핑은 발레로부터 철광석을 운송할 초대형 광석운반선 10척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팬오션이 발주한 초대형 광석운반선은 향후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게 설계되고,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인 티어3를 충족할 수 있는 사양을 갖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형 광석운반선의 시세인 척당 7500만 달러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벌크선 시장이 수익성 측면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미 건조 물량을 확보한 현대중공업보다는 삼성중공업과 중국업체가 팬오션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분위기”라며 “결국 가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팬오션과의 계약에 성공할 경우 삼성중공업은 20년만에 벌크선을 건조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이 벌크선 수주에 나선 것은 1998년 7만2800DWT급 ‘SM 동해2’호를 수주한 이후 처음이다. 역시 1998년 완공해 영국 조디악(Zodiac)으로 인도된 1만7000DWT급 ‘스노든(Snowdon)’호는 삼성중공업이 마지막으로 건조한 대형 벌크선이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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