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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이승엽이 떠난 야구장…
가을야구가 진행 중이다. 부산에서 롯데와 NC가 한차례씩 승리를 챙겼고 이제 자리를 옮겨 나머지 게임을 치르게 된다. 10월 한 달, 코리언 시리즈의 정상을 움켜쥐기 위한 수준 높고 흥미진진한(?) 야구 게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금년도 프로야구는 WBC 후유증 때문에 시즌 초기엔 엉거주춤했다. 국가대표로 뛰었던 선수들의 몸이 완전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채 시즌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프로는 프로였는지 달포쯤 지나면서 순위가 정해지고 탄력을 받았다. 10개 구단의 지형이 엉성하게나마 형성된 후 엎치락뒤치락은 있었지만 시즌 막판까지 처음 판도대로 이어졌다.

리그 1위인 기아는 시즌 개막부터 정상에 섰고 이를 끝까지 지켰다. ‘동행야구’를 강조한 감독의 뚝심이 원동력이라는 평가이다. 두산은 시즌 초에 휘청거리더니 막판에 뒷심을 발휘해서 2위를 차지했다. 지금 준플레이오프전을 치르고 있는 롯데는 초반에는 엉거주춤 하더니 종반전에 치고 올라 왔고 NC는 초반에 너무 힘을 쓴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턱걸이로 4위를 차지했다. 아무튼 당초 예상대로 올라 갈 팀이 올라가서 힘을 겨루고 있다.

금년 프로야구의 인기는 여전했지만 허전한 구석도 꽤 많다. 승부조작이나 심판들과 구단들의 상서롭지 못한 거래 등이 발각되어 수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이승엽의 은퇴가 금년도 우리 프로야구계의 가장 섭섭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승을 밥 먹듯 하던 삼성의 순위가 쳐져 있어서 약간은 빛바랜 꼴이 되었지만 그의 은퇴가 아쉽기만 하다.

이승엽은 지난 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했다. 처음엔 투수였으나 팔꿈치가 좋지 않아 타자로 전향했다. 입단 3년차에 32개 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고 2003년에는 56개의 홈런을 때려 이 부분 아시아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일본에 가서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30개 홈런을 쳐 타자로서 그의 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23년 동안 이승엽은 야구 역사를 쓰고 그 스스로 야구 역사가 되었다. KBO리그 최다 홈런(352개), 한일통산 최초 600홈런, 1906경기 출전, 통산타율 3할2푼, 1498타점 그리고 1355 득점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혁혁한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 외에도 2006년 제1회 WBC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터트린 홈런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아무튼 이승엽은 우리 야구가 낳은 걸출한 선수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 왔다.

그는 성실하고 겸손하며 자기관리가 철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런을 친 후 요란한 몸짓을 자제하여 상대팀을 자극하지 않았고 숱한 스캔들에 한 번도 엮이지도 않았다. 이런 것들이 오늘의 이승엽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제 40세를 막 넘긴 나이지만 알맞고 걸맞은 자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찬란한 기록도 기록이지만 그의 됨됨이 더 돋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섭섭하고 아쉬워하는 것이 아닐까!? 열기 가득한 야구장이 허전하고 비어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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