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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난 최명길을 긍정하오”

  • 기사입력 2017-10-11 11:08 |문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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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 극장가의 진정한 승자는 남한산성인 듯 싶다. 열흘 간 흥행 성적표는 외화 킹스맨(343만942명)이 남한산성( 323만7497명)을 근소한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묵직한 메시지의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이 대놓고 영화적 재미를 추구한 할리우드 상업영화와 대등한 경쟁을 펼쳤다는 게 놀랍다.

영화 ‘명량’이 말해주듯 사람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딛고 나라를 구한 영웅 호걸의 이야기에 환호한다. 남한산성은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가운데 가장 굴욕적인 패배를 끄집어낸다. 스펙터클한 액션도 없다. 러닝 타임 2시간20분 대부분을 두 주인공의 말 싸움, 기 싸움이 채울 뿐이다. 그런데도 관객의 발길이 몰린 것은 작금의 국가 안보가 380년 전 병자호란을 떠올릴 정도로 위중한 탓일 게다. 중국의 경제보복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고통은 ‘사드호란’이라 불릴만하다. 먼 거리서 산성 벽을 초토화하며 우리 병사와 백성들을 혼비백산케한 청나라 홍이포는 김정은의 핵· 탄도 미사일을 연상케 한다.

병자호란은 17세기 초 기존의 패권국 명과 신흥 강국 청의 대결 여파, 이른바 명청교체(明淸交替)의 불똥이 한반도로 튀면서 일어났던 사건이다. 당시 조선이 처해 있던 상황은 엄혹했다. 7년 동안 한반도를 할퀴었던 임진왜란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명과 청의 대결 속으로 다시 휘말렸기 때문이다. 지금 전개되는 한반도 주변의 파워시프트도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청나라 처럼 굴기한 중국은 미국과 G2를 형성하며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킬 정도로 힘이 세졌다. 일본은 북한의 핵 무장을 빌미로 다시 군사대국화하고 있다.

남한산성의 원작자 김훈은 100쇄 특별판 후기에서 퇴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둘은 우연히 목포발 용산행 KTX 열차를 함께 타게 됐고, 이를 알게 된 김 대통령이 아홉 칸 건너에 있던 작가를 불러 마주 앉았다. “김 작가는 김상헌과 최명길 둘 중에 누구 편이시오” 김훈은 대답이 궁색해서 우물쭈물하다 “작가는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고 했다. 노(老) 대통령은 “나는 최명길을 긍정하오. 이건 김상헌을 부정한다는 말은 아니오” 했다. 우리는 죽더라도 청과 싸워야 한다던 척화파 김상헌과, 머리 숙이더라도 백성 먼저 살리자는 주화파 최명길. ‘불굴의 민주투사’가 이념보다 실리를 중시한 최명길을 높이 평가한다는 고백에 놀랐다고 작가는 적고 있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청 태종에게 보내는 항복문서를 두고 최명길이 인조에게 던진 말이다. 김상헌이 인조에게 “명길의 문서는 글이 아니옵고…” 하자 최명길이 “그러하옵니다.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옵고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가셔야할 길바닥이옵니다” 고 답한다. 인조는 정묘호란에서 병자호란까지 명을 섬기는 ‘의리 외교’에 몰두하다 나라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했다. 북 핵이 완성단계에 이르는 10여년 동안 미국만 바라보다 혼돈에 휩싸인 우리 처지와 다르지 않다. 글과 말(명분) 보다는 백성이 살아갈 길(실용)을 제시하는 리더십,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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