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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도시’ 개봉 앞두고 또 다시 중국 동포 사회 들썩이는 이유는?
-‘청년경찰’ 등 중국 국적 범죄 묘사한 영화 잇따라 개봉해 ‘부담‘

-인구수 대비 범죄건수로 따지면 러시아, 몽골의 절반 수준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추석 연휴 개봉하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2017년)는 얼마 전 개봉한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2017년)에 이어 또다시 국내 거주하는 조선족과 중국인들을 안절부절 못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형사들에 대한 이야기란 주제만으로 또다시 중국 동포들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강화하는 영화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인 가리봉동은 얼마 전 <청년경찰> 개봉 후 ‘중국인 우범지대’로 묘사해 논란이 된 대림동과 붙어 있는 곳으로 역시 우리나라에서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들 지역 주민과 중국 동포들은 최근 지속적으로 중국 동포를 범죄자로 묘사하는 한국 영화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영화들이 지역과 중국 동포에 대한 이미지를 너무 심각하게 훼손해 생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근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 대림동 중국동포와 지역민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를 만들어 집회를 열고 “80만 중국동포를 악랄한 범죄자로 매도하지 말라”며 “상영중지와 공개사과를 거절한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과 상영중지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최근 개봉한 조직폭력, 살인 등 범죄 관련 영화에서 중국 동포는 가장 악랄하고 잔인무도한 범죄자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부류가 됐다.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은 물론 <악녀>(감독 정병길, 2017년)에서도 중국 조직폭력 집단은 국내에서 활동하며, 살인청부업, 매매춘, 장기밀매, 마약 유통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다. <황해>(감독 나홍진, 2010년), <카운트다운>(감독 허종호, 2011년)에 등장하는 중국 조폭들과 비교해 한발 더 나아가 조직화된 모습으로 국내에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국내 법으로 어쩔 수 없는 치외법권의 무자비한 살인 기계처럼 묘사된다. <신세계>(감독 박훈정,2013년), <아수라>(감독 김성수, 2016년)에 등장하는 중국인 살인청부업자들은 공권력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태연한 얼굴로 장난치듯 도끼로 경찰과 검찰을 살해한다. 
  

국내 흥행 영화에 수시로 등장하는 이런 묘사에 대해 중국동포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국에 정착해 조심스럽게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중국동포를 이유 없이 범죄자로 매도하는 행위”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을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을 때도 이 문제는 집중적인 성토의 대상이 됐다. 지역주민들은 “대림동을 중국 동포로 인한 우범지역인 것처럼 묘사하고, 향후 개봉 예정인 영화 ‘범죄도시’ 역시 중국 동포들을 왜곡하고 비하하는 장면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동포 30여개 단체는 최근 ‘중국 동포와 다문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한국영화 바로 세우기 범국민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뉴스 등 현실에서 실제 일어난 뉴스 등을 참고삼아 여러 취재를 통해 시나리오의 현실감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범죄도시>, <청년경찰> 등도 모두 실제 해당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과 시청자의 흥미를 위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과장과 왜곡도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중국인들의 범죄는 심각한 수준일까.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국적의 나라는 중국(한국계 중국인 포함)이다. 지난해 기준 101만6607명으로 전체 국내 체류 외국인(204만9441명)의 49.6%나 된다. 두 번째로 많은 국적의 나라인 베트남(14만9384명, 7.3%)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사람 수가 많은 만큼 이들이 저지른 범죄수도 국내 체류 외국인 중 가장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범죄 건은 2만2567명이나 됐다. 태국(3211명), 베트남(2355명)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정도 되면 중국 국적의 외국인 범죄 발생률에 대해 심각하구나 싶겠지만, 전체 인구 대비 발생 건수로 분석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적별 인구 10만명 당 외국인 범죄 인원은 중국이 2220명으로 러시아(4837명), 몽골(4678명)의 절반도 안된다. 내국인과 비교해도 중국 국적 외국인 범죄는 높지 않다. 지난해 내국인 10만명 당 범죄 인원은 3495명이다.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적별 인구 10만명 당 강력범죄 발생 인원은 중국이 163명으로 파키스탄(1060명), 몽골(801명), 스리랑카(590명), 러시아(520명) 등보다 훨씬 낮았다.

jumpcut@heraldcorp.com



<사진1>영화 <범죄도시> 한 장면.

<사진2>경찰대 학생인 두 주인공이 대림동 한 중국 식당에서 중국 국적 조직폭력배와 싸우고 있다. 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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