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선수촌’은 구시대의 산물
오늘(27일) 국가대표의 새 요람 충북 ‘진천 선수촌’이 공식 개장한다. 지난 50여년동안의 ‘태릉 선수촌’ 시대를 마감하고 진천 선수촌이 새로운 국가대표 훈련장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8년여간 선수촌 조성에 많은 공을 들인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진천 선수촌이 성공리에 개장하자 환한 표정을 보였다.

2009년 2월 착공한 진천 선수촌은 513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시설과 규모 등에서 태릉 선수촌과 비교해 3배 이상이나 커졌다. 부지 면적은 31만969㎡에서 159만4870㎡로 넓어졌고, 선수들이 사용할 숙소는 3개 동 358실에서 8개 동 823실로 확충됐다. 수용 종목은 12개에서 35개로, 전체 수용 인원은 450명에서 1150명으로, 훈련 시설은 12개소에서 21개소로 각각 늘어났다. 외형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종합훈련 선수촌이라는게 대한체육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진천 선수촌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됐던 태릉 선수촌과 달리 선수촌의 일부를 개방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국가대표 훈련이 없는 시간, 생활체육 동호인들에게 훈련장과 여러 시설 등을 제공해 복합적인 트레이닝 센터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러한 작업의 하나로 진천 선수촌의 새로운 명칭도 공모를 통해 정할 계획이다.

이번 공모로 결정되는 진천 선수촌의 새로운 이름에서 ‘선수촌’이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할 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선수촌’이라는 명칭은 선수들이 집단생활을 한다는 이미지를 줘 시대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반에 개방하기로 한 진천 선수촌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이름을 갖는 게 시의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 선진국 미국과 일본의 경우 국가대표라 할 지라도 훈련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 있다. 언제, 어디서 훈련을 하든 오로지 선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다. 올림픽 등을 앞두고 단체 훈련을 하는 종목도 있으나 한국처럼 집단 생활을 하며 훈련을 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일본이 국가대표 훈련장에 별도로 ‘선수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국가대표 훈련장을 ‘U.S.Olympic Complex’, 일본은 ‘JOC 내셔널 트레이닝센터’라고 각각 부른다.

태릉 선수촌의 명칭은 지난 1965년 민관식 당시 대한체육회장이 국가대표 선수의 전용 훈련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조직적이고 근대적인 국가대표 훈련장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결정했다. 태릉선수촌은 스포츠 약소국이었던 시절부터 한국스포츠의 요람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진천 선수촌 시대를 맞아 선수촌과 국가대표를 동일시하는 인식을 거둬들여야 할 때이다.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환경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의 개개인 의사와 개성을 살리며 경기력을 관리하는 선진국형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선수촌’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말에는 시대적, 사회적 정서와 의미가 담겨 있다. ‘선수촌’이라는 명칭은 국가가 선수들을 적극 관리하던 구시대의 산물이다. 진천 선수촌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름을 가져야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