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017 KOREAT 맛을 공유하다-제주의 맛]“맛존디 어디우꽈?” “낭푼밥상으로 갑서양”
코릿 선정 제주맛집 ‘낭푼밥상’
제철산야초·해초, 텃밭야채…
양용진 대표 현지 식재료 다리품
“전통음식 가치 알리는게 내 일”


“할망, 이거 다 줍서.”

전국에서 제일 큰 오일장. 제주시 민속오일장에 나온 ‘낭푼밥상’ 양용진(53) 대표가 장을 본다. 이곳에는 할망장이 따로 있다.

예순은 젊은이요, 칠순이 더한 할망들이 장터를 지킨다. 텃밭 야채, 산과 바다를 누비며 할망이 채취한 제철 산야초, 해초가 그득하다. 할망네 담 밑에서 키운 콩, 총천연색 야채씨도 있다. 

양 대표는 이곳의 ‘큰손’이다. 장이 설 때마다 와서 할망들이 내온 것들을 싹쓸이 한다. 제주의 흙과 바다에서 건져올린 재료는 낭푼밥상의 요리로 태어난다. 이곳은 제주 음식의 파인 다이닝을 지향하는 곳이다. 낭푼밥상(제주시 애월읍)은 올해 ‘코릿’(KOREAT)이 선정한 제주 맛집 톱30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낭푼밥상의 양용진 대표]

낭푼밥상의 코스 요리
낭푼(양푼)밥, 제주도에서는 이 낭푼에 밥을 퍼 담아 둘러앉아 먹었다.
 


“제주 음식의 특징은 조리법이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양념의 단순함으로 이어지죠. 제주 사람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즐겨온 겁니다. 밥상에는 물질로 잡아온 생선이 올랐고 자리젓에 국 하나 끓여 냈죠. 낭푼(양푼)에 밥을 퍼 담아 함께 먹었지요.”

양 대표는 그렇게 말했다. 낭푼밥상에서 선보이는 음식들은 그의 어머니가 일평생 수집한 제주의 맛이다. 그의 어머니 김지순(82) 씨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지정한 제주향토음식 명인 1호다. 모자는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을 세워 사라져가는 제주음식을 기록하고 있다.

낭푼밥상의 점심특선 A코스(10가지ㆍ5만5000원)를 맛봤다. 유정란에 제주 토종 참기름을 곁들인 독세기(달걀) 반숙이 첫번에 나왔다. 한술 뜨니 슴슴하기 짝이 없다. 호들갑스러운 평을 붙이기는 어렵지만, 속이 맨도롱또똣(기분좋게 따뜻하다는 제주방언)하다. 별미는 빙떡이다. 무미(無味)라서 더 그렇다. 얇게 빚은 메밀에 재래식으로 짜낸 참기름, 깨 양념한 무나물을 넣고 빙빙 말아놓으니 강원도 메밀전병을 닮았다. 담백함은 더하다. 벌겋게 무치거나 기름에 달달 볶지 않으니 참 순박하다 싶다. 삼색전에는 간장젤리로 간을 맞춘다. 젤라틴이 아닌 제주 한천으로 만들었다.

“제주는 땅이 척박하고 물이 귀해 고추농사를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추장 양념이 거의 없습니다. 된장, 간장으로만 심심하게 간을 했어요. 집집마다 우영팟(텃밭)에서 푸른 채소를 뽑아 먹었지요.”

온화한 기온 때문에 음식이 빨리 시어져 저장식품도 발달하지 않았다. 대신 쌍노물, 구억배추 등 제주서만 나는 채소는 풍성했다. 



해녀들이 건진 성게와 전복, 돌문어, 보말 등이 연이어 식탁에 올랐다. 메인은 돌우럭콩조림이다. 주낙으로 잡아올린 우럭에 쥐눈이콩을 넣고 간장에 졸였다. 육수가 배어든 흰살과 콩이 씹을수록 구수하다.

낭푼밥은 제주 극소수 농가에서 재배하는 산듸(밭벼)와 쌀보리로 지었다. 양푼밥은 제주의 양반, 천민 할것없이 퍼먹던 밥이다. 무쇠 가마솥밥을 양푼에 담아놓으면 이웃사촌이 둘러앉아 함께 먹었다.

“제주 식당들이 갈치, 고등어만 제주산을 쓰고 양념과 반찬은 수입산을 쓰는 게 부지기수에요. 원가절감 때문에도 그렇고 제주식으로 하면 맛없다는 둥 말도 많았죠.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낭푼밥상은 주재료, 양념까지 95% 이상이 제주산이다. 이곳에서는 20~30곳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식재료를 구매한다. 소규모 농가들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 향토종이 멸종되지 않도록 명맥을 잇는 것도 그의 일종의 사명감이자, 몫이다.

“한해 1400만명이 제주도를 찾습니다. 제주도보다 5배나 큰 하와이 관광객은 800만이에요. 제주도 관광수익은 하와이의 100분의1도 못쫓아갑니다. 세련되고 고급화된 관광상품이 많이 없어요. 관광객이 늘수록 향토 음식이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것도 안타깝고요. 전통성을 지키는 일, 제주음식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게 목표입니다.”

낭푼밥상은 오는 3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야외광장 열리는 ‘2017 코릿 제주 페스티벌’ 푸드트럭에서 ‘메밀크림을 곁들인 돼지갈비수육’을 선보인다. 제주 전통음식인 접짝빼국을 응용한 별미다.

제주=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