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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의 계절 ②] ‘빨간 유혹’ 홍차…미모에 스펙까지 다 갖췄네
유럽서 처음 마시기 시작한 홍차
심혈관질환 치료 등 다양한 효능 눈길
향 더하며 세계 차(茶)시장 75% 점유
동양보단 서양서 더 인기…마니아층 증가세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차(茶)를 즐김으로써 누구나 취미세계의 귀족이 될 수 있다.”

일본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이자 문인이며 철학자인 오카쿠라 덴신이 차에 대해 한 말이다. 커피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찾게 되는 음료이지만 차는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마시게 된다. ‘여유’와 ‘힐링’이 필요할 때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는 음료인 셈이다. 특히 녹차 중 하나인 홍차는 서구 유럽에서 ‘쉼표’ 같은 음료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조금 낯설지만 마니아층이 꾸준히 늘고 있어 향후 홍차음료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홍차의 태생은 서양일까, 동양일까?=세계 차 소비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건 녹차가 아니라 홍차다. 3000년부터 마시기 시작한 녹차와 달리 약 300년 전부터 마시기 시작한 홍차가 이토록 세계인의 인기음료로 자리 잡은 데에는 수백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향과 맛을 더하는 변주로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커피에 비해 몸의 건강을 돕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도 한몫했다.

녹차와 만드는 과정만 다를 뿐 같은 차나무에서 나온 찻잎인 홍차의 기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동양문화인 중국문화를 접한다는 건 고급스러우면서도 부(富)의 상징처럼 여겼던 유럽 귀족층들이 동양의 찻잎을 중국에서 범선으로 가져가던 중 배시간이 길어 운송도중 발효됐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영국으로 찻잎(녹차)을 가져오려면 100일여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그 사이 바람과 열 등에 의해 산화되고 바다의 습도까지 더해져 검게 변한 찻잎을 처음엔 변질된 것으로 여겨 꺼렸지만 워낙 큰돈을 주고 수입한 것이라 버리기 아까워 물을 넣어 마셨더니 녹차보다도 맛있다고 느끼게 돼 지금까지 홍차를 즐기게 된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명나라 말 중국 푸젠성 우이산 퉁무촌에서 전쟁통에 녹찻잎을 덖으다가 두고 피난갔다가 돌아와 보니 발효된 것을 유럽인들에게 싼값에 판 차라는 이야기가 더 일반적이다. 많은 연구자들도 이 시기 우이산 부근에서 재배된 녹차의 일종인 정산소종 또는 랍상소우총이라는 녹차의 잎이 이후 홍차로 발전했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홍차의 원조가 어디이든 유럽으로 건너간 홍차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소비되다가 18세기 중반 들어 대부분의 영국인이 아침식탁에 홍차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소비가 왕성해졌다. 이처럼 홍차가 대중화된 것은 당시 식민지배를 했던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차 재배가 가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세기 들어서는 오후 4시 전후로 차를 마시는 습관이 널리 퍼지며 ‘애프터눈 티’ 문화가 정착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왜 홍차로 불리게 됐을까=찻잎을 따 발효하는 과정에서 카테킨이 산화되어 홍갈색 색소가 된다. 홍차는 발효차로, 말린 찻잎의 색은 검다. 그런데 이를 물에 우리면 붉은색을 띤다. 동양에서는 찻물의 색을 보고 ‘홍차’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찻잎의 색을 따라 ‘블랙티’라고 부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홍차에는 카테킨과 아미노산, 미네랄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홍차를 꾸준히 마시면 회복되는 몸의 건강과 마음의 안정에 어떤 도움을 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화를 늦춰줘요=홍차를 꾸준히 마시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홍차 속 항산화물질인 플라보노이드와 테아플라빈이 노화를 부르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또한 폴리페놀 성분도 항산화 기능을 담당해 자외선으로 인한 기미 예방 등 피부에 좋을 뿐 아니라 유해 세포의 증식을 줄여주는 항암 효과까지 있다.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여줘요=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폴리페놀 성분이 혈관 속 나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동맥벽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혈류를 원활히 하며 심근경색, 빈혈성 심장질환 등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준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콜레스테롤 농도를 줄여주는 카테킨 성분이 지방분해를 촉진하며, 카페인 성분은 중성지방이 쌓이는 것을 억제해줘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마실 경우 이뇨작용 때문에 탈수가 올 수 있으니 하루 1~2잔 정도가 적당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면역력도 올려줘요=쓴맛을 내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타닌은 항바이러스, 항균 기능이 있어 면역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 칼슘과 인,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과 아미노산인 L테아닌, 각종 비타민 등이 풍부해 감기 초기나 면역력이 약해지는 환절기에 마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단, 카페인 성분 때문에 어린아이에게는 많이 마시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식후 소화에도 도움=타닌은 또 위나 장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장내 유해균을 죽여 변비와 설사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 폴리페놀이 과민성 대장증후군 내의 염증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뼈와 관절을 튼튼히=오랫동안 홍차를 마신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뼈와 관절이 튼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듯이 홍차의 폴리페놀 성분은 뼈 세포를 파괴하는 활성화 물질을 막아주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입속도 깨끗해져요=폴리페놀과 타닌이 충치 원인균을 막아주고, 불소 성분이 충치 박테리아를 없애줄 뿐 아니라 입냄새를 줄여준다. 또 카테킨에 있는 항산화 성분으로 인해 구강암을 예방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로도 날려주고 머리도 맑게=커피에 비해 함유량이 적으며 흡수가 더딘 홍차 속 카페인 성분은 혈류를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줘 집중도를 향상시켜준다. 또 적당히 마시면 이뇨 작용으로 몸 안 노폐물과 피로물질인 젖산을 배출하도록 도와 피로가 풀리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꾸준히 마시면 좋은 홍차에도 함께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빈혈약이나 비타민제, 우울제, 아스피린 등의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홍차와 넣어 마시면 좋은 것도 있다. 우유와 레몬으로 홍차의 풍미를 더해준다. 또 투명한 컵이나 밝은 색 잔에 담으면 색이 돋보여 보는 맛도 더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밖에 홍차는 찻잎의 배합방법에 따라 하나의 찻잎을 우리는 스트레이트티와 여러 찻잎을 섞는 블렌디드티, 찻잎에 향을 더하는 플레이버티(가향차)가 있다. 잘 알려진 얼그레이는 가향차에 속한다.

jo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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