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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돈 수억원 ‘먹튀’에 직원 명의 도용도…속수무책 여행사 사기
-“여행계약금 받아 돌려막기식 운영”…징역 3년
-해외여행 관련 소비자피해 7년새 153% 늘어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피고인은 여행을 정상적으로 보내줄 수 없음에도 피해자들로부터 여행계약금을 받아 돌려막기 식으로 여행사를 운영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단독 이승규 판사는 30명에 이르는 여행객들로부터 약 3억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재판에 넘겨진 여행사 대표 박모(5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5월 여행사를 차린 박 씨는 매월 사채 이자 및 여행사 운영 경비로 발생한 수천만 원의 적자를 피해자들의 여행 자금으로 메꿨다. 그는 직원 명의를 도용해 대부업체 대출을 받는 등 45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도 받았다.

#. 일명 프로모션 항공권과 숙박권 등 저가 여행 상품을 미끼로 여행객들을 속여 수억 원을 가로챈 이모(35)씨도 지난 8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싱가폴 여행을 가려던 피해자 A씨에게 항공권 업그레이드 비용 명목으로 570만원을 받는 등 지난해 5월부터 8월께까지 여름 휴가기간에만 피해자 15명으로부터 약 2억 원을 송금받았다. 또 프로모션 상품이라 숙박권을 먼저 결제해야 한다고 속여 피해자 8명으로부터 합계 6200여만 원을 가로챘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나경 판사는 “이씨는 피해자들의 카드번호를 알아내 임의로 부정 결제를 하는 등 대담한 방법으로 범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매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노린 여행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외여행객 수는 2014년 1600만명, 2015년 1930만명에서 지난해 2238만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2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여행 관련 소비자피해도 매년 빠르게 늘고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여행 관련 소비자피해 상담은 18457건으로 2010년(7295건) 대비 1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여행객 증가율인 79.2%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간 이어져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항공권을 구하기 어렵고 숙박이 비싼 점을 악용한 사기 피해가 우려된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10월 9일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한 사람은 7만9000여명으로 지난해 추석연휴보다 105% 늘었다. 사기범들은 싼 가격과 좋은 조건을 내세운 프로모션 상품 등으로 여행객들을 현혹해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부산의 한 여행사 대표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신혼여행 경비를 받고 잠적해 버린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신혼여행을 전문으로 한 여행사 대표 이모(45)씨는 ‘현금으로 지불하면 특가로 계약할 수 있다’고 속여 160쌍에 달하는 피해자들로부터 약 3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라오스로 출국해 연락이 두절된 이씨를 상대로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여행업 진입장벽을 높이고, 행정기관과 관광협회 차원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관광진흥법 시행령은 일정 금액과 자본금, 사무실만 있으면 여행사로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해 별다른 검증 절차는 마련하고 있지 않다. 관광객의 손해에 대비해 영업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사의 경우 가입액이 3000만~5000만원에 불과해 피해자들은 거의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해당 보증보험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며 이 금액을 넘어서면 n분의 1로 보상받는 식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특히 사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행사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사후적 구제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금액으로 보증보험의 실효성이 담보돼야 하며 여행객들은 여행사가 등록 업체인지,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여부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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