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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에스트로의 꿈 흐르는 서초동 ‘클래식 악기거리’
- 예술의 전당 맞은 편 150여개 클래식 악기상점ㆍ공방ㆍ연습실 모여
-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 북적…악기거리 축제로 클래식 명소 자리매김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예술의전당 맞은 편 남부순환로 317길 450m구간 일대 주변은 국내 유일의 클래식 악기 관련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 일명 서초동 서울악기거리다. 1988년 예술의전당이 들어서면서 불과 서너 개의 악기상으로 시작했던 이곳은 현재 150여개의 클래식 악기상점과 악기공방, 악기연습실들이 들어섰다. 일반인에게 악기상가로 낙원상가가 유명하다면, 서초동 서울악기거리는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의 인프라가 인접해 클래식 음악전공자들이 더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악기가 든 가방을 매고 지나는 사람들을 골목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지역의 특성을 살려 서울 서초구(구청장 조은희)는 지난 20일 서리풀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서울악기거리 축제를 열었다. 차별화된 거리의 클래식 문화 인프라를 활용해 단순히 악기를 사고 파는 곳이 아닌 음악이 살아 숨 쉬는 세계적인 클래식 명소를 만들어 악기거리의 상권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올해 2회째인 악기거리 축제에는 참여한 악기 상점들이 지난해 보다 늘었다. 악기거리 축제에 참여한 악기 상점들은 악기거리 축제를 통해 서초동 서울악기거리가 전문 연주자들의 공간이라는 인식의 틀을 벗어나 누구나 부담 없이 악기를 배우고 즐기러 오는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서훈 서울악기거리축제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중학교 때 우연히 길에서 음악소리를 듣고 지금까지 제가 음악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 ‘악기거리축제‘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꿔 놓을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게끔 축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날 오전 11시. 서초동 악기거리 내 공원에서 악기거리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플루트의 청아하고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골목을 거닐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이내 공원은 작은 무대가 됐다. 평소 악기거리 내 연습실을 오가는 전문연주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 등 10여팀의 공연이 해질 무렵까지 계속됐다. 오카리나연주단, 금관5중주, 15인의 행복오케스트라, 현악앙상블 등 자발적으로 재능을 기부해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전문공연장에선 한 번에 볼 수 없는 조합의 무대다. 또 트럼펫, 트롬본, 호른, 튜바 등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악기의 라이브 클래식 음악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어 보는 이들에게도 쏠쏠한 재미를 줬다.

공원 한 켠에는 중고악기부터 바이올린 어깨받침, 송진, 클리너 등 각종 악기 액세서리, 악기소모품을 비롯해 연주복, 무대 드레스 등을 파는 악기거리 마켓도 열렸다. 새 악기도 시중가보다 반 값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14년 전 현악기 전문점으로 서초동에 문을 연 예림스트링 대표 김성용(51세)씨는 “낙원상가는 대중적인 악기를 많이 파는 악기시장이라면 이곳은 클래식 악기 본연의 소리를 가장 자연스럽게 낼 수 있도록 다뤄 주는 전문점이다. 자동차가 튜닝으로 성능을 향상하듯 악기가 가진 가장 좋은 소리를 찾아준다”고 말했다.

이 날 거리 프린지공연에 참가한 선율윈도우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김채림(32세)씨는 “서초동 악기거리는 공연홀을 가진 악기연습실이 많은데 그 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점검해 보는 향상음악회가 많이 열린다. 그래서 음악 하는 사람들은 항상 여기서 모인다. 그런 점에서 서초동 악기거리는 공연예술의 메카로 문화예술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거리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달장애를 앓지만 음악적 재능을 가진 은성호의 엄마, 손혜숙(61세)씨는 “우리 아이가 서초동에 입성했다는 자체가 제게 큰 자부심이다. 1년 전부터 수원 권선동에서 성호와 함께 일주일에 5~6일은 음악 하러 온다. 장애를 둔 부모로서 주변의 편견과 시선에 위축됨이 있었는데 성호와 함께 서초동에 음악 하러 오면 인정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음번 서리풀페스티벌에는 우리 아이가 활동하는‘드림위드 앙상블’도 초청받아 무대에 오르길 기대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는 성호는 국내 최초의 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연주단인 ‘드림위드 앙상블’의 수석단원이다.

한편, 악기거리 상점들은 악기거리가 유명해지고 상권이 활성화 되는 것에 따른 우려도 갖고 있었다. 요즘 뜨는 거리마다 거론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 참여하고 있는 비발디악기점 대표 박정희(52세)씨는 “이 곳 서초동에 문을 연지 21년째다. 요즘 1인 1악기, 취미용 악기 등 시대적 변화에 질 좋은 악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악기거리가 점차 발전되면 강남 가로수길이나 홍대 앞처럼 임대료상승으로 이어지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독점하게 될까봐 걱정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구는 악기거리 상점들이 염려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상생할 수 있는 상권활성화 대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조은희 구청장은 “서리풀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악기거리 축제를 통해 문화의 향기가 서초 골목을 넘어 서울, 대한민국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며 “마에스트로의 꿈이 흐르는 서초 악기거리를 문화예술 거리로 발전시켜 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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