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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의 뚝심…도시바 품다
‘한미일 연합’ 우선 협상자로
반도체 수직계열화 한발 더…
낸드 시장 강화 결정적 한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ㆍ미ㆍ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가 9부 능선을 넘었다. 직접 일본을 찾아 도시바 경영진을 설득하는 등 인수전을 진두지휘한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출국 금지가 풀린 이후 닷새만인 지난 4월 24일 일본으로 직접 갈 만큼 이번 사안에 공을 들여왔다. ▶관련기사 15면

인수전 무산 분위기가 감지될 때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인수팀의 의지를 적극 독려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전 마무리를 계기로 SK그룹은 반도체 원료인 ‘웨이퍼’에서부터 특수 가스,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마침내 완성하는 꿈을 이루게 됐다.


21일 외신과 복수의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를 한미일 연합에 매각키로 결의했다. 도시바측의 공식 발표는 아니었지만 이사회 결의 내용 등이 구체적이어서 업계에선 한ㆍ미ㆍ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ㆍ미ㆍ일 연합의 인수 총액은 2조4000억원(약 24조3000억원) 수준으로, SK하이닉스가 부담할 금액은 2000억엔(약 2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번 도시바 인수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한ㆍ미ㆍ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6월 21일) 된 이후 지난 90일은 도시바측의 ‘협상 원점 재검토’와 웨스턴디지털과의 법정 공방’ 등 불확실성이 지배해왔다.

인수 금액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고 슈퍼사이클에 올라선 반도체 호황 국면까지 더해지며 금액과 협상 조건에 대한 도시바측과 인수자측의 협상이 숱한 고비를 지나왔다. 된다 안된다는 말들이 협상의 변곡점마다 나돌았다. 하지만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최 회장의 ‘뚝심’은 막판 대역전을 이끌어낸 동력이 됐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 경영진과 만났다. 한국에 국가 기반산업인 반도체 사업을 넘긴다는 것에 대한 일본 내 반감 기류를 고려해 자세는 최대한 낮췄다. 도시바와의 ‘상생 방안’이 회동 주요 화두로 올랐던 것도 이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당초 금액만 문제였던 것에 비해 정치 사회적 변수들이 고비마다 찾아들었다.

상황이 쉽지 않다고 판단됐을 때 최 회장은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최 회장과 베인캐피탈은 최 회장의 장녀 윤정씨가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마침내 지난 6월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ㆍ미ㆍ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도시바는 WD와의 소송전을 우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WD로 바꿨다. 반도체사업 판도 변화에 있어 ‘다시 없을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한 최 회장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통해 인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결국 인수협상이 WD연합으로 기울자 한미일 연합은 회심의 반격 카드를 내놓는다. 애플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인수가격을 2조4000억엔으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선 애플측이 ‘인수를 방해할 경우 WD와의 계약을 끊겠다’는 의사를 WD측에 전달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최 회장의 유연한 대응도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경영권 확보를 고집하지 않고 도시바와의 시너지를 강조하면서 부드럽게 접근했던 것이 인수 성공의 비결이란 평가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그간 도시바가 보인 수차례 ‘말바꾸기’ 탓에 최종 계약서 서명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여기에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각사 이사회의 승인과 각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 절차도 남아있다. WD와 도시바의 소송전도 변수다.

이에 비해 이번 인수전이 갖는 의미는 막중하다. 도시바 반도체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력히 추진 중인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이자,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성장 기반을 구축할 미래 성장동력이어서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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