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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딜레마①]“우는 아이에 스마트폰, 어쩌죠?”…‘백기’ 든 부모들
-스마트폰 없으면 밥 안먹고 심하게 우는 스마트폰 과의존 아이들 많아

- 알코올 중독 환자 금단현상과 비슷, 아이가 운다고 무조건 주면 안돼

- 아이들의 시선을 끌만한 놀잇감 찾아주는 부모 노력 중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 식당가. 자신의 손보다 더 큰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2~3세 어린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 아이들은 손에 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밥을 먹고 있었다. 심지어 테이블 위에 스마트폰 거치대로 스마트폰을 고정시켜 놓고 음식을 먹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부모에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대부분 “스마트폰이 아이 건강에 안 좋은 것을 모르는 게 절대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 밥을 먹이려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6세 미만 영유아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과의존이 심각해지면서 부모들의 걱정도 많아지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심하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 아이에게 백기를 들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 식당가에서 3세 미만의 유아가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모습.


부모들은 어린 아이가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는 것은 놀랄만큼 한순간이었다고 토로한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만 3세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한철(36)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진 스마트폰을 절대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며 집에서도 아내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했었다. 그러나 백화점에서 아이가 심하게 울자 한번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여준 뒤 아이는 스마트폰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그는 “말도 못하는 아이가 스마트폰 작동 방법을 이미 파악하고 마음에 안 드는 영상은 손으로 넘긴다”며 “나쁜 부모가 된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면서도 아이가 심하게 울면 마음이 약해진다”면서 속상해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살고 있는 안은지(34ㆍ여)씨는 한 달 전 2살짜리 아이가 텔레비전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착각하고 손가락으로 계속 밀다가 텔레비전이 뒤로 넘어져 망가지는 일을 겪었다. 안씨는 “평소에도 아이가 컴퓨터나 노트북 등 화면만 나오면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며 “처음엔 화면에 뭔가가 나오는 게 신기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집착 행동 중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사진>스마트폰을 세워놓고 밥을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


16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실태 및 보호대책’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영유아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53.1%에 달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이용한 시기는 평균 2.27세였다. 세 살도 되기 전에 이미 스마트폰을 접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적지 않다. 0세부터 만 2세 영아의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32.53분, 만3~5세 사이 유아는 31.28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중독’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는 영유아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유ㆍ아동 스마트폰 중독자 수는 12만70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3세미만의 영아 시기는 뇌가 본격적으로 발달되는 중요한 시기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뇌신경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유아 스마트폰 중독은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영유아 아이들은 감정 표현에 미숙하고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스마트폰을 세워놓고 밥을 먹고 있는 영유아.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집착 행동을 보일 때는 부모들의 인내심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대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면 심하게 우는 부모들에게 ‘알코올 의존 환자의 금단현상’을 떠올려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술 먹이면 금단현상이 없어지지만 그건 좋은 치료가 아니다”며 “스마트폰이 이미 중독된 아이에게 운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바로 주는 것을 알코올 환자에게 술을 주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태블릿PC를 유아 만화를 보고 있는 아이.


김 교수는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강압적으로 바로 빼앗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체크해가며 천천히 줄이고 아이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다른 대안 놀잇감을 준비해놓는 부모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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