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대사회는 왜 ‘추함’에 끌릴까
‘아름다운’의 반대어로 흔히 인식하는 ‘추한’이란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옷차림이나 언행 따위가 지저분하고 더럽다’‘외모 따위가 못생겨서 흉하게 보이다’로 풀이돼 있다. 이런 사전적 정의는 추를 설명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더 어글리:추의 문화사’(새터)는 추함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어떻게 얼마나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해되고 진화해왔는지 폭넓게 보여준다. 저자는 먼저 ‘어글리’(ugly)의 어원적 뿌리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란 점에 주목한다. 두려움과 공포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뀌어 왔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은 때로 기형적인 인간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봤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거인 폴리페모스는 이 시기 가장 추한 전형적 인물로 꼽을 만하다. 1790년대 에칭화인 ‘폴리페모스 흉상’을 보면, 그는 이마에 외눈박이 눈이 달려있다. 폴리페모스는 ‘오디세이’에서 무시무시한 야수로 그려진다. ‘내장과 살과 골수를’ 먹어치우고 인간들을 집어 삼킬 때는 맹수처럼 울부짖으며 마치 ‘강아지들을 죽이듯’한다.

무시무시한 그의 캐릭터는 그러나 나중에는 코믹한 캐릭터로, 바보로, 심지어는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느낌으로 변해간다. 해석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희화화해 극복하는 것이다.

이 책의 탁월함은 추함이 왜 현대사회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지에 대한 탐색이다. 즉 추의 상업화이다.

저자는 아름다움의 영역을 식민지로 만든 자본이 이제 추이 영역마저 손을 뻗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추는 기존의 체제에 흡수되지 않는 독자적인 영역이 있으며, 이를 통해 끊임없이 기존 체제에 맞선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추의 본질을 방대한 문화사를 통해 규명해낸 흥미로운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