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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vs 동물, 種구분하는 결정적 단어 ‘내일’
-사피엔스는 왜 아프리카를 떠났을까
인류는 왜 미래 위해 오늘을 포기할까…
-평범한 호기심에 담긴 ‘특별한 진화’여정
역사·생물학자 밀로 교수 ‘경계없는 검증’
소주제 분류로 호기심 자극…읽기 재촉


우리는 흔히 헤어질 때 “내일 보자”는 말을 쓰지만 그 ‘내일’을 모든 종 가운데 인류만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는 둔감하다. 인류도 애초 다른 생물처럼 내일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다 5만8000년 전, 멸종직전의 인류는 문득 내일을 떠올리게 된다. 140억 년 지구 역사에서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생긴 것이다. 이들은 아프리카를 떠나 위험하고 위대한 여정에 오른다. 더러는 2만 년에 걸쳐 오스트레일리아로, 일부는 유럽으로 건너갔고, 그로부터 3만 년 후 또 다른 한무리는 베링해를 건너고 알래스카를 가로질러 아메리카와 남반부의 끝까지 내려간다.

인류가 왜 아프리카를 떠나 이동을 시작했는지 결정적 증거는 없다.

주로 자연·생태적으로 가해지는 압력, 즉 자원부족이나 기후조건, 다른 종과의 경쟁 등으로 이동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아무도 벗어날 수 없는 지나친 풍요의 굴레를 낳은 원흉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우리의 뇌다. 우리의 두개골 내부에서 지나치게 비대해진 이 신체기관은 요구가 있든 없든 항상 보다 많은 옵션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기관의 소유자로 하여금 진정성이 결여된 삶,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살게 한다.”(‘미래중독자’에서)

그러나 역사학자이자 생물학자인 다니엘 S.밀로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는 ‘미래중독자’(추수밭)에서 좀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인간 내부, 즉 단순한 호기심이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별다른 이유 없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생겨난 시점은 아마도 ‘내일’이란 개념이 생기면서일 것으로 그는 추측한다.

저자는 바로 인류가 발명한 ‘내일’이란 돛대를 달고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의 여정을 거슬러 올라간다.

흔히 인간의 뇌의 크기 변화는 진화를 설명하는 한 요소로 꼽히지만, 저자에 따르면 그닥 상관성을 찾기 어렵다.

불을 통제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언어를 통해 소통이 가능했던 직립원인인 호모 에렉투스의 뇌 크기는 200만년에 걸쳐 40%가 늘어 1100㎤까지 커졌지만 기술과 문화적 수준은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2003년 발견돼 충격을 준 400㎤의 뇌용적을 가진 난쟁이 호빗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석기 기술 수준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과도하게 커진 뇌는 오히려 인류를 위협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25%를 차지하면서 만성적인 영양 부족과 난산, 긴 유년기로 멸종위기로 내몰게 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현생인류는 어떻게 종의 꼭대기에 앉게 된 걸까.

이 대전환점에 주목한 이가 바로 밀로 교수다.

밀로 교수는 대전환점을 5만 8000년 전, 아프리카 엑소더스로 본다. 그는 “아프리카로부터의 탈출을 이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간주하는 까닭은 특별한 외부적 스트레스라는 동기없이 감행된 최초의 이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밀로 교수는 그 실마리를 바로 인류를 멸종 위기에 몰고 간 대책없이 큰 뇌에서 찾는다. 150억 개의 뉴런은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활동엔 지나치게 많다. 실업상태의 뉴런들은 쓸 데 없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만드는 과잉의 끝없는 순환구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언어가 있다. 아프리카 대탈출의 어느 시점엔가 어느 동굴인간이 “불, 도끼, 여기, 내일”이라는 말을 한 순간과 두 명의 인간이 뜻을 모아 다음날 함께 떠나기로 결정한 결정적 순간이 있으며, 이는 곧 인류 사회에 들불처럼 번져갔다는게 저자의 추론이다.

저자는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사피엔스에게 밀릴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언어와 미래성의 부재로 해석한다. 적어도 100만년 전부터 호미니드 젖먹이의 뇌 발달은 본질적으로 출생 후에 이뤄졌으며 호모 에렉투스도 자손들의 선천적 후천적 발달의 비율을 후자쪽에 유리하게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따라서 ‘내일’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출현했으며, 호모 사피엔스가 미래성을 제어하게 되면서 결정적인 우위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가 인류 진화의 뿌리를 찾아나선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것들, 과잉, 거품 때문이었다. 이 현상이 왜 생기게 됐는지 그 뿌리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탐색의 결과는 뇌가 문제였다. 쓸데 없이 큰 뇌는 인류에게 상상하도록 만들었고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금세 허기져 또 다시 문제를 만들어내는 중독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인류는 ‘내일’이란 선악과를 따먹으면서 모든 생물을 뛰어넘어 지혜로워졌지만 동시에 불행해졌다. 이제 인류는 영원한 오늘로 돌아갈 수는 없으며, 내일을 상상하며 불안해하거나, 아니면 기대와 희망을 갖는 선택지만 남은 것이다.

저자 자신의 두 번의 이주의 경험, 어머니가 자신을 낳을 때 난산의 경험 등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데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생물학, 고고학, 역사학, 철학을 넘나들면서도 대중적이고 활달한 글쓰기,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소주제들이 읽기를 재촉한다. 탁월한 추론과 특히 다윈주의자로서 언어를 인류진화의 핵심으로 파악한 논리는 새롭고 흥미롭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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