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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채선당ㆍ국물녀ㆍ240번 버스…‘마녀사냥’에 피해자만 양산
-버스기사ㆍ아이 엄마ㆍ최초 유포자
-가해자 아님에도 애꿎은 악플뭇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규정을 준수한 버스기사도, 아이를 잃을까 놀랐던 엄마도 가해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울 240번버스 아이 유기사건’의 진실이 CCTV를 통해 공개되면서 버스기사 A(60) 씨를 향한 마녀사냥은 아이 어머니로 대상만 바뀐 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2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된 서울 시내버스 240번 버스 기사의 ‘유아 유기 방조 사건’의 정황이 대부분 밝혀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아이 엄마로 향했다. 당초 알려진 내용과 달리 버스기사의 유기 방조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채선당ㆍ된장국물 사건…여론의 마녀사냥 데자뷔=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한 이번 사건은 지난 2012년 ‘채선당 사건’, ‘된장국물 사건’과 비교된다. 채선당 사건은 지난 2012년 임신한 배를 식당 종업원에게 걷어차였다는 거짓주장으로 식당을 폐업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된장국물 사건 역시 식당에서 뛰어다니던 아이의 잘못으로 된장국을 쏟은 50대 여성을 “아이 얼굴에 화상을 입힌 가해자”라고 거짓주장한 사건이다.

240번 버스사건의 아이 어머니를 비난하는 여론은 그녀를 이전 사건의 가해자라 빗대며 ’맘충‘이라 비난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따로 있다.

당초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A 씨를 곤경에 빠뜨린 장본인은 아이 어머니가 아닌 익명의 네티즌들이다. 한 언론사가 “버스기사가 욕설을 했다”, “아이가 4살로 많이 어려보였다”는 이들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보도하면서 사건을 키운 사례다.

240번 버스 논란의 아이 어머니는 과거의 두 사건과 달리 잘못된 사실을 SNS에 올리며 마녀사냥을 유도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CCTV 영상 공개도 원치 않을 만큼 사건이 언론을 통해 확대되는 상황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일 서울 광진경찰서에서 경찰 면담을 끝낸 A 씨 역시 아이 엄마가 아닌 해당 언론사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자신을 취재하지 않고 일방적인 보도를 내보낸 언론사를 문제삼으며 고소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경찰에 고소장이나 고발장은 제출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전우용 역사학자는 “최초에 SNS에 글을 올린 사람은 과장할 수 있다. 당황한 아이 엄마는 어떤 요구도 했을 수 있다. (안전수칙을 준수한) 버스기사의 판단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하지만 SNS 글만 보고 그대로 보도한 언론은 봐줄 대목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복되는 마녀사냥 멈춰야”=네티즌들은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초 유포글을 올렸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남겼다. 자신이 악플을 남겼다고 생각한 네티즌 일부는 반성의 의미로 기존 댓글에 사과의 말을 덧붙이는 등 자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건이 일단락 되면서 ‘제2의 채선당 사건’이 될 뻔한 상황을 반성하는 버스기사 해임 청원까지 올라왔던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론화하고 마녀사냥에 이용하는 네티즌과 기자를 처벌해달라”, “인터넷 윤리 교육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청원인 수가 한 자리에 그치는 등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네티즌의 잘못이 4할이라면 언론의 잘못은 6할”이라고 비판했다. 구 교수는 “SNS에 올라오는 내용이 과연 신빙성있는 것인지 분간해야 하는 게 언론이다. 기자의 사과와 함께 언론이 자정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온라인 윤리강령을 만들고 직접 댓글을 써보고 상처도 입어보는 교육과 훈련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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